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는다.
아! 달콤해...퍼~억.
"무슨짓이야?"
엥? 이게 모냐? 아씨.. 꿈이잖아.
아무래도 그를 사랑하게 됐나보다.
꿈에서도 그가 나타나는 걸 보니..
동생은 나에게 남자를 너무 밝힌탓이라 한다.
난 단지 남자를 좋아할 뿐이다.
나에게 입술을 뺏긴 동생은 아침에 양치질을 두번이나 했다.
매일매일 그를 보아도...매일매일 그와 통화를 해도...
가슴속엔 항상 그에 대한 그리움만 더해간다.
이게 사랑인가보다.
그가 일주일동안 출장을 다녀온다 한다.
그가 없는 이곳은 마치 단맛없는 단무지와 같다.
그가 없는 동안 내가 할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했다.
여자의 욕심...바로 다이오뚜..
그에게 양껏 가녀리게 보이고 싶다.
그러나...가녀리다고 표현하기엔 턱없이 오바한 나의 살들..
그를 위해 다이오뚜를 시작했다.
아침을 굶었다.
점심도 굶었다.
무작정 집으로 갔다.
친구들을 만나면 먹게 되니까.
저녁메뉴는 삼겹살이라 한다.
저녁을 먹으라며 부른다.
안먹는다 했다.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라며 나를 비웃는다.
그래 비웃어라... 살빼는날 반드시 갚아주리라..
방으로 흘러들어오는 이 고소한 냄새..
아! 삼겹살이여...
참았다.
봉다리로 문틈사이사이를 봉쇄했다.
그러나...
오직 나의 머릿속엔 삼겹살 뿐이다.
삼겹살을 잊기 위해 책을 펼쳤다.
하얀건 종이요 까만건 글씨일뿐..
문을 빼꼼히 열고 나가 보았다.
지글지글..
노랗게 익어 꿈틀거리는 저 요염한 자태여!!!!
볼이 터지도록 쑤셔놓고 있는 동생이 양껏 부럽다.
동생옆으로 삐집고 들어갔다.
"안먹는다며?"
"구워줄려고..." 침이 꼴딱 꼴딱 넘어간다.
노릇노릇 구워진 양파...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나를 유혹한다.
참는다.
살짝 구워진 마늘...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참는다.
지지직..지지직... 저 요란한 삼겹살의 몸부림치는 소리..
참는...참을려고 했다... 참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젓가락을 들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금식현상인가 보다^^;;;;;;;
하나만 먹겠다 했다.... 비굴했다.
상추에 깻잎에 노랗게 구운 양파에 마늘에 풋고추까지 그리고 쌈장... 그리고 하이라이투 몸부림치는 삼겹살...
살포시 고이 접어 입으로 쭈욱 집어 넣었다.
달콤쌉싸름 매콤고소한 이맛이여!!!!
내 어찌 너를 외면할수 있겠느냐!!!
한점만 먹겠다던 나는 어느새 홀로 남아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설겆이를 하며 휘파람을 불고 있는 나의 모습..
정녕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던가!!
양껏 부풀어오른 배를 움켜쥐며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띠리리 띠띠 띠띠띠(애국감미다...허걱...)
에헴...카~악... 으흠.. "너보떼요~옹.."
"접니다..이태민.."
오늘따라 유독 내가 보고싶단다.
나도 그렇다 했다.
그가 만세를 외친다.
저녁은 먹었냐 물었다.
그대가 보고싶어 아침,점심을 굶었다 했다.
왜그랬냐며 저녁은 먹었냐 또 묻는다.
조금만 먹었다 했다.
순간 양껏 부풀어오른 나의 배가 부끄러블따름이었다.
출장 다녀오면 몸보신 시켜준댄다.
아씨..클났다...
그를 위해 남은 5일 동안 최선을 다해 살을 빼리라..
아침에 일어났다.
어제 먹은 삼겹살탓인지 얼굴엔 기름이 둥둥...눈은 팅팅..
꼴이 가관이다.
딸딸이 쓰레빠를 끌고 목욕탕엘 갔다.
너무 뜨거워 사우나는 포기하고 때를 밀었다.
때를 미는데 너무 심취한 탓에 지각을 하고야 말았다.
눈치를 보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부장이 보인다.
죄송하다며 자리에 앉았다.
원래 연애하면 시간이 모자란다며 그럴수 있다 한다.
씨.발.름... 예전에는 사유서에 시말서까지 받던 놈이..
그러나 이것또한 사랑의 힘이리라...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그에게 또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오늘부터는 원푸드 다이어뚜다.
바나나를 한박스샀다.
바나나만 먹으리라..
아침에 바나나 12개가 달린 한줄기를 먹었다.
점싱에도 바나나 14개가 달린한줄기를 먹었다.
저녁에도 바나나 8개가 달린 한줄기를 먹었다.
이젠 바나나만 봐도 쏠린다.
체중계에 올라갔다.
그대로다.
바나나를 너무 많이 먹어 그런것 같다.
내일은 방울 토마토다.
방울토마토를 한박스 샀다.
작고 깜찍한게 꼭 그이 같다.
점싱때가 돼자 한박스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껄떡쇠 김부장이 몰래 훔쳐먹은듯 하다..
아씨... 나의 소중한 식량을...
저렇게 껄떡대니 살이 안찌나 보다.
앞으로 나도 껄떡거려야 될것 같다.
오늘저녁부터는 사과로 바꿨다.
제철이 아니라 좀 비싸다..
그러나 그를 위해 이정도 투자쯤이야...
자고 일어나 보니 사과가 하나도 없다.
방바닥에 뒹구는 사과껍딱뿐...
동생의 짓일것이다.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참았다.
곧 결혼할테니... 밥통이라도 하나 얻으려면 잘보일수밖에..
두부다이어트를 하란다.
지방도 거의 없고 단백질이 많다고..
아침에 두부를 먹었다.
맛이 새콤하다..
좋은 두부라 그런다한다.
믿고 먹었다.
점심에도 두부를 먹었다.
아침껏보다 더 새콤하다..
사람들이 날 의아하게 쳐다본다.
아씨..쩍.팔.려!
퇴근무렵 살살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앉아마자 거대한 폭포수가 쏴~아...
아무래도 두부가 의심된다.
조금 서둘러 퇴근을 했다.
택시안에서 하마터면 쏟아부을 뻔했다.
꼬박 이틀을 설사에 시달렸다.
다이어트에 두부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거울을 봤다.
얼굴이 헬쓱하다.
효과를 본듯하다.
그가 돌아왔다.
헬쓱해진 나의 얼굴을 보더니 울상이다.
나를 끌고 고기집으로 간다.
밑반찬에 두부조림이 나온다. 과일사라다와 함께..
우~욱... 쏠린다.
화장실에 다녀온 나를 보며 그가 나를 걱정한다.
너무 먹지 않아 거식증에 걸린게 아니냐 묻는다.
아직 그정도는 아니라 했다.
그가 나에게 두부를 내민다 고단백이라며..
우~욱... 또 쏠린다.
속이 안좋으면 과일을 좀 먹으랜다...
우~욱...또 쏠린다.
그가 울먹거린다.
귀여운 사람.
고기를 먹었다. 순간 눈물이 나올뻔 했다.
아! 감격의 순간이여..
순식간에 3인분을 혼자 헤치웠다.
그가 잘먹는 모습이 보기좋다한다.
그를 위해 조금 무리했다 얘기했다.
맨날 무리해도 괜찮다 한다... 그리고는 슬며시 지갑속을 들여다본다.
당분간 다이어뚜는 보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