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생생헌 세탁기를 모카드사에 압수 당하고 중고
세탁기를 한대 장만 하였다.
빨래 할때마다 번번히 요놈허고 신경전을 벌이다 보니
이제는 포기 할만도 한데 요놈을 가져왔던 중고센타 아저씨 한테
수리를 부탁해서 다시 쓰기로 했다.
어찌된 판인지 빨래는 잘돌아가다가도 헹굼에서 멈추길 수차례..
일일이 내손으로 세탁물을 다시 털어서 중심을 마춰주면
언제 내가 내구실 못했냔식으로 씨잉싱 잘도 돌아간다.
가만히 세탁기 돌아가는 옆에 앉아 기둘리기 지루해서
프리마 안탄 새카만 커피를 커피잔 가득 담아서 요놈이
또 행여설까 싶어서 털털거리는 세탁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쩜 내人生과 비슷한 운명 이라는 생각이든다.
나도 부정하고 싶지만 어느덧 불혹의나이..
늘 마음은 처녀적 소녀같고,나는 결코 늙지 않으리라고
내심 최면을 걸었던 지난 시간들이 있었다.
반쯤 먹다남은 커피잔을 들고 대형 거울앞에 서보니
피부는 예전같지 않게 윤기가 없고 정신없이 헝클어진 머리에
옷차림은 또뭔가..
절에 갈때 입는 몸배 바지에 목주위가 힘없이 늘어진 색바랜
남편의 티셔츠를 걸치고 있는폼새란..
지금 뒷마당 에서 우당탕탕 요란하게 돌아가는 저세탁기도
내가 젊었을때 처럼 제주인이 사랑을 해주던 세월이 있었겠지..
기약없이 흐르는 시간속에 세탁기나 나나 속절없이 함께
흘러 왔다 생각하니 저요란한 우당탕탕 소음에도 애착이인다.
꼭 날닮은 꼴이란..
두아이의 엄마로 한남자의 아내로 정신없이 자리매김을 하다보니
언제 거울 한번 제대로 쳐다볼 시간과여유가 있었던가!
그래도 내자리에서 아이들 열심히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다보니
일점의 후회는 없지만 나도 머잖아 저중고 세탁기처럼 되지않을까
싶어서 내심 초조하고 불안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네 생활에서 세탁기도 표나지 않게 중요한
한부분을 차지 하고 있으니 그만하면 나도 중고 세탁기 못지않게
우리 집안에 꼭 필요한 존재리라.
감히 자기 자신을 막 출고된 따끈따끈한 세탁기라면 몰라도
보잘것 없는 중고 세탁기에 비교 하는 어리석은(?) 자가 어디 또
있겠나만은 한두달 새에 여러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나니
이제는 시야를 보는 반경이 조금더 명확하고 넓어졌다고나 할까?
보잘것 없는 모든 사물에 눈길이 한번더 멈추고 가졌을때의
풍요로움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을 일깨워 주는것 같다.
조용한걸 보니 또 세탁기가 멈춘모양이다.
빨래 한번 하는데 벌써 두어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왠지 중고 세탁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내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과 허영에 들떴던 지난 과거의 시간들을
저 중고 세탁기는 정녕 알고 있음이라..
비록 털털 거리며 돌아가는 중고 세탁기지만 끝내는
제할일을 다하는 것처럼 나역시도 날닮은 저놈을 지켜보면서
늘 함께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