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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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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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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 마세요


BY 두찬 2002-09-27

전 어제 신작님께 글을 올렸던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전 박라일락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훌륭한 교사는 아닙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꿈이 선생님이였기에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교대 원서를 썼던 사람입니다.

교대를 다니면서 후회를 참 많이 했습니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전과목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선 제 모자름이 너무나 컸거든요.
그러면서 함께 시험 보았지만 낙방한 한 친구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 친구는 다방면에서 참 잘 하는 친구였거든요.

교직에 처음 나온 전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은 줄 알고
무엇이든 열심히 했습니다.
처음 1학년을 맡았을 때는 오후에 2시간 정도 옆 반 선배선생님께
배우고 교과서에 빡빡하게 적어 놓고서도 항상 불안했답니다.

시골이라서 4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그 아이들과 놀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공부(?)만 했습니다.
그래도 자기 이름과 숫자를 모르는 아이가 있으면 나중엔 눈물까지 나오도록 속상했지요.

헌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교사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래, 좀 모르면 어때, 학교와서 즐거우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바뀌면서 아이들과 많이 가까워지고
저 자신도 참 행복했습니다.

물론 촌지라는 것 구경했습니다.
편지써서 돌려보낸 봉투가 그 배만큼 두터워져 다시 돌아왔을 때의 그 황당함이라니......
그 뒤론 그 아이의 저금통에 넣어주었지요.

학교를 옮기면 처음 1,2년은 참 힘듭니다.
전 학부모총회때 가능한 모든 학부형님이 오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때 내 교육목표도 말씀드리고 촌지에 관한 것도 말씀드리지요.

그래도 올 해 여섯 분이 봉투를 갖고 오셨습니다.
두 번은 아이 문제로 상담을 하는 자리에서 건내셨고
한 번은 추석 전에 나머진 스승의 날이였지요.

얼굴 마주보고 건내신 봉투는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돌려 드렸지요.
물론 받기보다 돌려보내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급기야 전 이런 말로 끝맺음을 합니다.

[세상이 촌지 문제로 시끄러울 때 난 당당하고 싶다.
아니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그것이 교직에 나올 때 나 자신과의 약속이였다.]

스승의 날 갖고 오신 봉투는 학급문고로 책을 사주시라고 부탁했습니다.
2학년 아이들에 맞는 것으로 30여만원어치 책을 구입하니 학급문고가 얼마나 풍성하던지 아이들도 저도 신이 났었답니다.

이 번 추석엔 귀향하기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생님 저 누구 엄만데요, 작년에 못 드린 과일 올핸 드려도 되지요?'
작년 추석에 보내져 온 과일을 돌려 보냈더니 올 추석에 보내시겠다는 전화였지요.
물론 그 아인 내 반이 아니고 전 지난 학부형님께선 보내 주신 과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은 아이 하나가 쌍화차와 생강차를 들고 왔어요.
왠거냐고 물으니 선생님 감기 빨리 낳으시라고 엄마가 주셨다고 하더군요.
어제 배식 오셨다가 오늘 보내주신 겁니다.

전 어머니께 고맙다고 꼭 말씀드리라며 받았지요.
전 그것은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크지않지만 이렇게 작은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이 있기에
마음이 따뜻해져옵니다.

참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 결코 훌륭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위에서 촌지로 인해 받은 선물로 인해 불편해하시는 분들 참 많습니다.

제가 아이가 없을 때는 참 기분이 나빴지요.
'나를 뭘로 보는거야?'
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무엇인가 맛이 있는 것을 하면 꼭 선생님이 먼저 떠오르던걸요.
그래서 갖고 오시는 어머니들의 마음도 헤아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런 사실 알고 계세요?
봉투 건냈다가 돌려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봉투 이야기 꺼내지 않습니다.
봉투를 건내는데 성공하신 분들은 대부분 줬다고 당당히 밝히십니다.
단 어쩔 수 없이 줄 수 밖에 없었노라며......

추석 전후라서 그런지 토크방에서도 이 방에서도 교사의 촌지문제가
시끄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도의 교사는 많습니다.
전 평범한 교사 중 한 사람일뿐입니다.

물론 바라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주지 말자구요.
달란다고 주나요?
그런 사람일수록 절대 주지 맙시다.

이 것 저 것 속상해서 구구절절 말이 길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