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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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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春2


BY 봄비내린아침 2001-06-13

靑春2


"공부를 해야한다"

"공부를 해야한다"

나도 그도 꼭같은 말을 속으로 되풀이 하고 있었나보다.
나는, 그와 함께 다니던 학원을 그만 두었다.
그는, 내가 떠나버린 그 학원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어슬픈 약속을 했다.
매주 토요일날 학원앞 정원에서 만나기로..

'자존심'
그땐, 자존심이 무언지 잘 몰랐지만, 왠지 꺾이지않는 단단함, 굽히지않는 꼿꼿함, 뭐 그정도가 자존심이기나 한 것처럼..
나는 억지를 부리며, 자신을 버팅기듯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 가지않았다.

그렇게 몇달을 보내면서 열심히 책에 묻혀 살았고, 열심히 나자신만을 사랑했다.
그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던것도 아니었지만, 특별하지않은 존재였던것도 결코 아니었던성 싶다.

길을 가다 버스를 보면 그가 생각났다.
늦은밤, 책을 읽다가 창문을열면 깜깜한 하늘 그 어디에 그는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그는 이미 내 생활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 여름,
나는 심하게 열병을 앓았다.
먹은것을 죄다 토해내고, 펄펄 끓어오르는 열로 온몸이 바스락댔으며, 몇일사이 몸안에 있는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듯한 난생 처음의 극심한 몸살에 시달렸다.

靑春...

그때의 나에게 美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도회로 나와 혼자 지내는 나에게, 美는 늘 언니처럼 굴었다.

다행히 그녀는 내가 사는곳에서 2정거장쯤의 거리에 있었고, 장사를 하시던 그녀의 부모님은 늘 낮시간에 집을 비우셨기에, 그닥 사교성이없는 내가 그녀의 집을 들락대는일은 어렵지 않았다.

아프고 지친몸을 이끌고 난 늘 그녀의 위로를 얻기위해 그녀에게 갔었다.
美는 늘 밝았다.
그녀의 뒤에는 구름이 끼는법이 없었고, 환하게 웃는 그녀의 웃음만큼이나 늘 연분홍빛이 도는 듯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투덜 투덜
그녀는 밝았지만, 또한 불만도 많앗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불평 불만을 한번도 짜증스럽게 들어보적이 없었다.

투덜투덜
그건 그냥 그녀의 소리였다.
강아지가 밥을 많이 안 먹어서 그녀는 투덜거렸고,
3살 어린 남동생이 자신의 체육복바지를 입고다녀서 그녀는 투덜거렸으며,
그녀의 엄마가, 하나뿐인 딸인 자신에게 설겆이를 너무 시켜서 그녀는 투덜거리는가하면,
널어야할 빨래에 비해 날이 궂은것도 그녀가 투덜거리는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것들, 자신이 투덜거리는 그 사소한 것, 자신의 생활과 결코 여유롭지 못한 환경들을 걷어차지않았고, 꽤 열심히 해치웠고 감싸안았다.

그녀는 그만큼 강했다.
강한만큼 거칠어 보였고, 거친만큼 보이지않는 높이의 열정이 쌓여있는 친구였다.
그 열정은 그녀의 시며 글에서 늘 품어져 나왔으며, 나는 그녀의 좀은 난해하면서도 겉멋이 잔뜩 든 글을 너무나 사랑했다.

열일곱
나의 靑春 그 중심점에 그녀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