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것은 운명이라 하자. 그러나 날아오르려 하지 않는 것은 타락이다.”
어느새 또 구월, 가을은 벌써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새 아침에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얼마 전 좋아하는 복효근 시인의 홈피에서 위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아 입 속으로 몇 번씩 되뇌여 보았어요.
날지 못하는 것은 운명이라 하자. 그러나 날아오르려 하지 않는 것은 타락이다.
진정한 타락이란 날아오르려 하지 않은 것,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란 뜻이겠지요. 가족들이 모두 출근하고 등교한 다음애 텅빈 집에 혼자 있으면 한없이 무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독서를 하고, 짤막한 글이나마 한 줄 한 줄 써내려가 봅니다.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
사십대 초반의 남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지켜보는 제 마음이 편치 않아요. 더 높이 날아오려는 남편에게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월급은 적어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에 계속
다니기를 원하는데 남편이 새로 시작하는 일은 경우에 따라서
몇 일씩 집에 못들어오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혹시, 제 마음 속에 날지 못하는 현실에 깊숙이 안주하거나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다봐요.
타락하지 않으리라
아름다운 날들의 아침에 말 없이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