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간 남편이 오늘 돌아오는 날이건만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약속이 있다고 ..늦는단다
늦는 것도 새벽에 오는 것도 이력이 날만한건만
이렇게 혼자 호젓하게 있으니
뭔지모를 쓸쓸함에 ..
잠시 ..
신혼초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 홀로 빈집에 들어서면
뭔지 모를 자유가 내 앞에서 공포 처럼 느껴졌던 그시절이 떠오른다
시어머님을 모시던 시절에는
아침마다 점심상을 차려놓고 출근을 서둘러야했고
이것 저것 어머님의 고독함에 대한
두려움에 푸념을 들어야 했다
그 푸념과 한과 서러운 소리들도
어머님이 돌아가신 그 즈음에는 비로소 얻은 자유에 대한
포만감 보다는 어머님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오히려 서글프고 안된 생각이 나를 괴롭게 했으니 ..
이제는 어머님이 온종일 낯선 곳에서
다 늦게 나은 막내 아들과
모든 것이 서툴고 형편 없는 막내며느리의 귀가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시는 일 밖에는 없었을 ...
우리 부부가 맞벌이로 늦게 귀가를 하는 온종일
어머님은
지나가는 장사치를 집으로 불러들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시고
덧버선이나 미역 ..
심지어 태극기 까지 사 놓으셨다
나는 어머님이 ..곤혹 스럽게 까지 느꼈었다
'왜 매일 쓸데없는(?) 물건을 사들이시는 걸까 .'
어머님은 말벗이 없으시고
늘 외로우셨던 것이다
각자의 직장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서울 근교에 사는 관계로 ..전화가 얼른 나오지 않던 그
갑갑한 시간 ...
그 기나긴 한나절을 어머님은 그리 지내셨던 것이다
몸이라도 성성하여 집안 일을 돌보실 정도도 못되시고
거의 앉아서 걸어다니실 수준으로 무릎이 편찮으셨으니 ~~
깔끔하신 성격에
선선히 청소도 못하시고
아직 모든 일이 서툰 내게 살림을 통째로 일임하시는
그 심정 오죽하셨을까
때로는 이 미치도록 좋은 충만한 혼자도
때로는 견딜수 없도록 말벗이 필요하고 외로운 것인 거늘 ..
효자 보다 악처가 낫다는 옛말은
어머님께 순종하고 착하게는 하는지 몰라도
그 깊고 어두운 터널속의 심중은 헤아릴 눈높이가 되지 못하는데
있다고 본다 .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참외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굴비 ..
그리고 또 무엇 무엇 ..
끝내 도리질은 하면서 시집살이 싫다고 하지만
그나마 작은 시간
그 어머니와 함께 했기에
어머님의 아픔도 서러움도 조금은 더듬어 보는 거랍니다
그래 이율배반적으로 며느리를 잠시라도 거느리고 있어야
가족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칩니다
그 미움으로 도리질로 거둔 시간속에서
생겨난 가족애라고 해야하나요 ....
그립고 애틋하고 찐득한 가족애라는 거 ...그 가족애
눈물만큼 두꺼워지는 건지도 ~~
내일 아침 일찍
시어른 산소에 벌초 하러...갑니다
어머님 그럼 내일 뵈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