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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수다 다섯(단골 미용실만 6군데!)


BY 선물 2003-09-03

일산 호수 마을에는 10여개의 미장원이 있답니다.

아직 몇 군데는 못 가 봤지만 아무래도 조만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장원 풍경>

 

"컷트 하러 왔는데요."

"어서 오세요.어떤 스타일을 하실지 이것 보고 고르세요."

저는 건네 준 모델들의 헤어스타일을 보며 심각한 표정이 됩니다.

`음,이 스타일도 내게 어울릴 것 같고,저 스타일도 내게 어울릴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이궁,그래봤자 이 사람들은 모델이니까 이렇게 이쁘지.머리도 잘 만졌고..그림만 보고 골랐다가 내 얼굴하고 따로 놀면 어쩌지?'

이런 생각도 든답니다.

 

한참을 들여다 보며 심각하게 고민하던 저,

"제게 어울리겠다 싶은 걸로 언니가 알아서 해 주세요."

 

미용사 언니는(헤어 디자이너가 좀 더 멋있는 이름이겠네요.) 좀 싱거운 사람이군하는 표정입니다.

 

"다 되었어요."

이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거울을 보면 좀 어색한 모양의 머리가 되어 있는 제가 있습니다.

저는 참 잘 조는 편이에요.버스를 타도 꾸벅꾸벅 졸고 누가 머리를 만져도 그렇게 잠이 몰려 옵니다.

헤어디자이너 언니가 머리를 만지는 동안 또 그렇게 꾸벅꾸벅 고개를 왔다리 갔다리 움직이며 졸았나 봅니다.

 

"언니,이 쪽 저 쪽이 좀 안 맞는 것 같은데요."

"네에,손님이 자꾸 조시느라 고개를 떨구시길래 조심해서 자르느라 잘랐는데도...휴,무지 힘들었어요."

"아하,원래 제가 머리를 만지면 잘 졸아요.할 수 없죠.뭐,머린 또 자라니까요."

 

제 뒷 모습을 보라며 친절하게 거울도 줍니다.

부끄럽지만 전 언젠가 거울 각도를 잘 못 맞춰서 뒷모습보기에 어려움을 겪던 중

큭큭하고 웃는 언니들을 본 적이 있어 그 뒤로는 거울을 안 봅니다,또 챙피 당할까봐..

각도 맞추기가 그렇게도 어렵습니다.제게는...

"아니에요.뒷 모습이야 그게 그거지요.수고 하셨습니다.안녕히 계세요."

하고 부리나케 미용실을 빠져 나옵니다.

 

집으로 오면서 아파트 입구의 거울을 봅니다.

마음에 안 드는 얼굴입니다.

에잇,다음엔 딴 미용실 가야지.

이렇게 해서 옮겨 다닌 미용실이 여섯군데입니다.

한 바퀴 돌면 다시 예전의 미용실이 나은 것 같아 또 처음 갔던 미용실을 찾게 되지요.

그렇게 해서 생긴 단골집이 여섯 군데인데 그동안 새로 생긴 미용실이 몇 군데 되니

곧 그 곳에도 가게 될 겁니다.

이러다가 일산 전역을 돌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뻐지고 싶긴 한 가 봅니다.뻔뻔스럽게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