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찌는 더위에도 절기는 속일수가 없다.
여느 꽃과 다르게 생육의 원리가 계절과 반대로 피고 지는
꽃부추의 화분에서 새싹들이 올라와 인사를 한다.
새봄도 아닌 한여름의 끝에 꽃부추는 새싹으로 움이튼다.
가을을 싱싱한 줄기의 모습으로 보내다가
새해가 시작되는 1-2월겨울의 한고비에 연보라빛의 고운자태로
꽃을 탄생시킨다.
겨울에 피워서 더욱 고귀한 꽃!
향기로운 향까지 지니고 있어서 품위가 느껴지는 꽃!
만물이 침묵을 하고 대지의 생동이 멈추는 겨울에 피는꽃이여서
더더욱 돋보이는 꽃이다.
꽃부추의 생육의 원리에서 나는 깊은 인내를 배운다.
무더운 여름내내 흙속의 암흑에서 한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겨울에 핀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한촉씩 얻어 갔다가
봄부터 여름까지 싹한번 돋지 않는 빈화분의 모습을 보고
죽었다고 버렸다가
잘피워낸 우리집 화분의 꽃을 보고는 또 다른 부러움을 보낸다.
오랜 기다림을 가지고 꽃을 돌보고 아끼는 꽃주인의 정성은
감지하지도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이리다.
꽃부추의 생육의 원리를 터득한 나는 여름내내 분이 마르지 않도록 다른
화분과 똑같이 물도 주고 영양도 주고 그리고 나의 사랑까지 전달한다.
이렇게 공들이면 결실의 계절에 꽃은 나의 정성에 비례한 선물을
보내어 주기 때문이다.
나의 정성따라 이쁜꽃이 탄생하였을 때 그때의 기쁨은 꽃의 아름다움만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른 환희를 준다.
꽃부추의 소박한 생육의 원리는 무지한 나를 깨우쳐 준다.
나는 꽃부추의 품위를 닮고 싶다.
또한 꽃부추의 묵묵한 인고의 지혜를 닮고 싶다.
은은하게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를 나의 몸에 지니고 싶다.
생활이 주는 고통의 세월을 참을줄 아는 인고의 가르침을 닮아
또다른 모습의 승화된 나를 피워내고 싶다.
일상이 가져오는 찌든냄새에 동화되고 흡수되어 펑퍼짐한 아줌마로
나의 삶을 살아 가기 보다는
세속에 물들지 않고 나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배우면서 내면의 모습이 촉촉히 겉모습으로 배여나는
그러한 품위있는 아줌마이고 싶다.
이러한 노력들이 나의 내면의 향이 되어 향그러운 향을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피워올리는 그러한 여인이고 싶다.
자연이 가져다 주는 작은신비에서 난 생의 의미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