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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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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돌아가시면 천덕꾸러기나 안 될런지~


BY 잔다르크 2002-05-07

 틈만 나면 언제나 틀 앞에 앉으셔서 
 발로 틀을 밟으시던 울 엄니......

 증조모님 조부모님을 비롯한 온 식구들 옷은 물론
 꼬장주, 사리마다, 두루매기, 월남치마, 뽀플린원피스......
 동네사람 옷 탈탈탈 만들어 주고 모으신 쌈짓돈,
 자식들 큰 일 터지면 
 막음한다고 남김없이 들이밀으셨던 가여운 분......

 십 수 년 전,
 서울살이한다고 세간살이 다 두고 상경하셨지만
 오 육십 년도 더 된 그 고물 재봉털만은 끼고 가셔서,
 발틀을 앉은뱅이로 고치시곤 
 아직까지 자잘한 바느질에서 손을 못 놓고 계신다.

 "미느리들도 틀질 몬 하지, 내 죽어만 이 자봉틀 니라도 헐래?"
 나도 아직 그 기계의 속사정을 모르니,
 세탁소에 맡기기에만 길들여진 편한 자손들때문에 
 어머니 돌아가시면 천덕꾸러기나 안 될런지......

어머니의 방


- 이 해 인 -



낡은 기도서와

가족들의 빛 바랜 사진

타다 남은 초가 있는

어머니의 방에 오면


철없던 시절의

내 목소리 그대로 살아 있고

동생과 소꿉놀이하며 키웠던

석류빛 꿈도 그대로 살아 있네


어둡고 고달픈 세월에도

항상 희망을 기웠던

어머니의 조각보와

사랑을 틀 질했던

어머니의 손재봉틀을 만져보며


이제 다시

보석으로 주워담는

어머니의 눈물

그 눈물의 세월이


나에겐 웃음으로 열매 맺었음을

늦게야 깨닫고 슬퍼하는

어머니의 빈 방에서

이젠 나도 어머니로 태어나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