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예쁘게 하고 와야돼 "
" 예쁘게 어떻게? 원래 태생이 안 예쁜데 어떻게 예쁘게 하고 가니? "
" 그래두... 옷도 예쁘게 입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머리도 예쁘게..
하여튼 예쁘게 예쁘게 하고 와야돼 "
아이가 신신당부 하는데 웃음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스럽다.
쪼르르~ 다람쥐 마냥 학교로 달려나간 아이를 바라보다가는
나 역시도 서둘러본다.
옷장문을 열고 정장도 꺼내입어보고, 가죽자켓도 꺼내 입어보고
졸업식은 열시부터 라는데...
서둘러야되는데.
마음에 드는옷도 없거니와 어느새 허리둘레는 도둑처럼 들어와서
내 몸에 일부로 배둘레햄이 되어서는 지퍼도 단추도 요지부동으로 잠겨지지를 않는다.
( 미치겠군! )
어느새 내 몸매가 이리도 불어났는가?
보는 사람마다 얼굴 좋아졌다는 소리를 그냥 기분좋게 무심히 들어버리고는 넘겻는데...
그것은 좋은일이 아니라 쓸다리 없이 붙어버린 군살들이었다.
낙낙하게 맞아서는 단추를 안으로 달았던 정장바지 하나를 꺼내어
바지 단추를 뒤로 달고는 조금 배에다 힘을주니 그런대로 지퍼도 단추도 잠겨진다.
히유~~~
요번에는 얼굴화장.
일년열두달가야 별반 화장할일도 없으니
화장품이라고 제대로 갖추어졌겠는가?
스킨, 로숀이 전부인것을...
화장대 서랍마다 모두열고 찾아보니 언젠가 아랫집 형님이 샘플로 준 화운데이션이 보인다.
급하게 얼굴에 찍어바르고
새빨간 ??스틱을 꺼내어 발라보니..
낯설고, 촌스러움이 뚝뚝 묻어난다.
우이쒸~ 티브이에서 연예인들보면 어지간히 이뻐보이드만...
뭐시여? 난 왜 이렇게 안 예쁜겨?
혼자서만 궁시렁거리다가 다시금 연한 커피색으로 칠해놓으니 쬐끔은 봐줄만 하다.
요번에는 머리.
졸업식을 생각하고 염색은 미리 해 두었으니
흰머리는 감춰지고 안보이는데.
난 드라이기를 쓸줄을 모른다.
그냥 롤 빗으로 머리모양을 만들밖에...
히구~ 힘들다.
뭐 놈의 딸년 졸업식에 가는데 이리도 힘들어야 하는지...
그냥 즈이 엄마 생긴대로 받아주면 좋으련만.
아이는 나이먹은 엄마 아빠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걱정인가 보다.
그러니 그렇게 예쁘게 예쁘게를 강조하고 갔겠지.
전신거울 앞에 서보니...
그런대로 갖추어진거 같다.
이젠 출발해야지.
시계를 보니 열시 십분전.
가다가 화원에 들러 꽃이라도 사야하는데...
외모에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졸업식에는 늦을것만 같다.
남편의 택시를 타고.
( 휴차날은 나의 자가용. 일하는 날은 택시 )
화원에 들러 이미 만들어져있는 꽃을 사서는 학교에를 가니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다.
날씨가 춥다며 강당에서 졸업식을 한다고 한다.
계단 입구에서 까만 비니루 봉지 두개씩을 나누어주기에.
받아서는 신발신은 양발에 덧 신고는
미끄러운 계단 조심스레 오층까지 올라가니 이미 졸업식은 중반에 들어서있다.
그 여러사람중에 어쩌면 내 새끼는 그리도 쉽게 눈에 띄는지...
쉽게 녀석을 찾아서는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닥아갔다.
아이의 어깨를 살그머니 건드리니 화들짝 놀래서는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이
'?碁? 라는듯이 환하게 밝아온다.
" 엄마 어때? "
귓속말로 아이에게 물어보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 최고야 엄마 이뻐 "
한다.
그러며 덧 붙이는 말이
" 머리 색깔부터 옷과 핸드백까지 제대로 갗춰?볐?"
" 그러면 엄마 합격이니? "
" 응 당근 합격이쥐 "
녀석...
엄마의 외모에 많은 신경이 쓰였었나보다.
친구들의 엄마들은 거의가 삼십대라고 한다.
유독 녀석의 엄마만이 사십대의 중간에 들어갔고.
아빠는 이미 쉰살을 넘어버렸으니.
친구부모님들과 비교가 되었었나보다.
졸업식이 끝나고 학년 전체가 받는 상장한개 얻은 딸아이.
친구들과 아쉬움으로 이별식이 길다.
사진몇장을 찍고는 아이가 원한 졸업선물을 사주고...
점심밥은 집에와서 먹었는데.
난 먹을수가 없었다.
얼마나 배에 힘을주고 있었는지.
배 뿐만이 아니라 온몸에 마비가 오려한다.
남보다 조금늦게 자식을 낳은죄로...
다른엄마들보다 조금더 먹은 나이때문에...
달랑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의 졸업식에 점심도 굶어야했다.
그래도...
아이의 만족해하던 모습에 나또한 만족해야지.
녀석이 조금더 크면...그때는 엄마, 아빠의 늙어가는 모습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주려나?
예쁘게 예쁘게가 아닌 그냥 모습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