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자전거에 몇 개의 바큇살이 달려있는지 셀수 없는 것처럼...
정작 굴러가는 동안엔 모호하고 불분명한 모습으로 그저 그렇게
내달리기만 하다가
멈추어서...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바큇살들,
몰랐던 타이어 무늬들
어느것이 바퀴의 본질일까?
구르는 동안의 정의내릴 수 없는 모호함?
혹은 멈춘뒤의 선명하게 남은 외관들?
내가 임신해 배불뚝이일때는 거리에 지나다니는 임산부가 왜그리
많이 보였는지...
세상천지의 여자들은 모두다 아이만 낳고 사는것 같았고
내가 처음 염색이란걸 했을때 티브이나 길거리엔 온통 울긋불긋한
색색의 머리들만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생전에 꽂지않던 조그만 핀을 하나 사고나선 자꾸만 눈에 띄는
여자들의 머리를 아주 유심히 보게된다.
틀어올려 커다란 핀으로 시원하게 찔러놓은 머리칼,
재주좋게 돌돌말줄 아는 주인덕에 뒤통수한가운데 예쁘장하게 올라앉은
반짝이는 핀.
차분한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여자는 귀옆쪽에다가 수줍은듯 꽃핀을
붙이고 있었으며, 이해안되는 비율의 치마와 달랑 올려붙인 가방을 맨
여고딩의 앞이마에는 반쯤가린 헤어뱅이 똑딱핀으로 멋지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핀들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었구나....
한번도 본적없던 아무것도 아닐 머리핀들이 어쩌면 이렇게 내 관심의
촛점이 될수도 있다니....
그래, 자기가 모르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가부다.
결국 알고 있는만큼만 볼 수 있는걸까?
나는 얼마만큼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당신은 나를 얼마만큼만 보는걸까.
시간이 지나면 우린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의 어디까지 보기를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