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요...
비 오는 날은 차와 잘 어울립니다.
일회성인 커피든 은은한 녹차든...
비오는 날은 내 좋아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어제 오늘 사이 비가 오더니 키만 길죽하게 크던 꽈리에게 꽃이 피었습니다.
열십자로 핀 하얀색 꽃이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어릴적 고향집 앞마당에 있던 꽈리.
고향에 있던 꽈리 열매는 주황색 복주머니로 기억합니다.
복주머니를 까보면 짙은 주홍색 동그란 열매가 앙증맞았던 기억과 함께
잘 익은 꽈리가 터지지 않도록 손 끝으로 주물러 속에 있던 씨를 조심조심 빼내던 기억...
그러나 꽈리는 내 맘도 모르고 쉽게 터져서 신경질적으로 던져 버렸었는데,
꽈리꽃이 이리도 작고 청순한지 오늘 알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얌전해 보이는 소녀같은 모습에 내 마음도 절로 설레였습니다.
바람이 많이 붑니다.
황토빛이 도는 긴 팔 티를 갈아 입고오신 손님이"가을같아요?" 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위가 안좋아 커피를 잠시 중단 했었는데
오늘은 참아낼 수 없어 점심 식사후에 노란 찻잔에 커피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내가 탔지만 커피 참 맛있다 했습니다.
근심은 부는 바람과 함께 떠나보내고
걱정은 커피 한 잔에 녹여서 마셔버렸습니다.
큰 아이가 사춘기라 신경질이 많아졌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 아들이 바퀴달린 운동화에게 당해 팔이 뿌러졌습니다.
외로움이란 단어가 내 주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잠시지만 떠나보내고 잊어버리고 멀리 흐린 하늘을 봅니다.
비가 잠시 그쳤었는데 다시 하늘이 어두워 집니다.
하늘은 구름속에 담아 두었던 비를 깨끗이 비워야겠지요.
장마가 장마같지 않아서 저도 올해 여름이 이렇게 가는구나 했습니다.
장마가 끝나면 냇물이 맑아지겠지요.
그럼 식구들과 고향냇가로 휴가를 갈겁니다.
절망속에 희망이 빠꼼히 절 쳐다봅니다.
꽈리꽃이 설레임을 덤으로 주었습니다.
비오는 날은 차 한 잔과 잘 어울립니다.
그것이 자판기 커피든 티백으로 된 현미녹차든
꽃과 함께 마주하면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습니다.
꽈리꽃이 수줍게 날 보고싶어 합니다.
표현못하는 사람의 속은 더 애절하고 더 강열하다는 걸 저는 알거든다.
꽈리꽃에게 말을 걸어야겠습니다.
얼굴도 한번 쓰다듬어 줘야겠어요.
꽈리가 흰색으로 꽃을 피우고 열십자로 갈라진 통꽃이란 걸 오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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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토요일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