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속에 뭍혀 사느라 일기예보를 보지 못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베란다 창이 축축합니다.
늘 하던일을 비가온다고 멈출 수 없어 우산을 챙깁니다.
가랑비 솔솔 내리던 것이 갑자기 굵은 빗방울로 바뀝니다.
조그만 우산속의 못난이 아줌마 옷이 다 젖습니다.
일요일날 씻은 운동화도 물에 흠뻑...
농로길입니다.
추수를 앞둔 벼들은 흠뻑 물을 머금고 힘들어 고개숙입니다.
고르게 파릇파릇 솟아난 양파모종도 비를 맞아 더욱 잘 자라겠지요.
사람도 나락처럼 지위가 높을수록 재산이 많을수록 고개 숙이면 좋겠죠?
비내리는 아침이라 늘 보이던 이들도 안보입니다.
너른 들판을 휘젓는 이는 이 아줌마 혼자인가 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남편과 자식과 넓게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고 하지만 어느순간 아니 많은 순간순간이 나 혼자입니다.
돌아와 머그잔 가득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설탕과 프림을 넣지 않은 블랙으로 말이죠
삶이 때로는 쓴 커피맛 같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