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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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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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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이 찾아온 손님


BY sonkoo 2001-09-11

푸르른 하늘에 즐겁고 감사한 가을이 돌아 왔습니다. 이 계절이 더욱 감사하고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남다른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날 문득, 예고없이 찾아온 손님 때문인 것입니다.
남편 직장에서 하는 건강 검진 때 같이 따라 갔다가, 가슴 X-RAY
사진에 이상이 있으니 초음파를 해 보자고 할 때에는 별로 걱정을
안했죠. 초음파 사진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할때도 그랬고요. 그래도
정밀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삼성의료원에 예약을 해 놓고, 기간이
한 달 넘게 남아 있는 관계로 근처의 대학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해
보았는데, "암은 아니고, 양성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같다"는 표현이 마음에 걸려서 예약해 놓은 대로 삼성의료원에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양성입니다"라는 확진을 받고 싶어서였죠.
그런데, 7월 31일에 의사 선생님께서 "유방암입니다."라고 하셨을
때,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어요. 드라마에서 듣는 대사같이 느껴졌어요. 기가 막혀서 씩 웃었더니, "아직은 웃음이 나와요?"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9살과 13살,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 그리고 남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하루 꼬박 울고나서 생각을 했죠. '마음을 가다듬자.'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빨리 회복하는 일이 할 일이고, 너희는 각자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하고, 각자 지기 일을 잘 하자." 고 했죠. 아들은, "사형수들이 물이 든 주사를 맞아도 죽는다는데, 엄마도 정신을 바짝 차리시라"고 했어요.
8월 8일에 수술을 하였는데, 그 전에 성당에 가서 고백성사도 드리고,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를 위한 연미사, 그리고 저희 건강회복을
위한 생미사도 봉헌하고 정말 깨끗한 마음으로 입원하였죠.
중간에 폐에 약간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수술을 못할 지도 모른다고
하였을 때, 수술만 하게 되어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알게 된 것도 다행이고, 알게 해 준
남편의 직장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고, 잘라낸 임파선 13개 중에서 1개에 전이가 되어서 대정맥에
튜브를 넣고, 항암주사를 맞고 퇴원하였죠.
항암주사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 48시간 동안 꼬박 물도 못먹고
토하고, 이틀동안 미음먹고, 하루는 죽먹고, 다음날부터 밥을 먹게
되었는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끼
게 되었어요. 건강할 때는 너무도 당연하였던 일이 하나하나 감사한
일로 다가옵니다.
2주일이 지나자, 입안이 헐고 머리카락도 거의 다 빠지게 되었어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저의 모든 욕심과 번뇌와 함께 빠진다는 느
낌이 들었죠. 정말 욕심없이 마음을 비우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
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었지만,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아름다운 음악도 듣고 좋은 글도 읽으려
합니다. 아직은 미약한 신앙심도 더욱 키우려고 합니다.
병원에 오셔서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셔서 힘을 주신 분들, 병간호에
바빠진 남편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는 직장 동료분들, 빠른 쾌유를
빈다며 이것 저것 챙겨 주시는 분들, 그리고 예쁜 가발을 선사해 주신
분, 정말 과분한 은혜에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
니다. 저를 위해 기도를 해 주시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정말 커다란 위로가 됩니다. 열심히 치료를 받고 빨리 회복을 해서,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 드려야 할텐데......
평소에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지라 뒤늦게 들은 암보험은 미처 90일이 지나지 않아서 혜택이 없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만나는 분들
마다 건강할 때 보험을 들어 놓으시라고 열심히 말씀드려요. 그리고
건강검진도 받아보시고, 평상시에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시라고요. 건
강을 잃은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고기나 우유,
그리고 계란 등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야채도 섭취해야 체질이 산성
이 되지 않고, 그래야 암에도 잘 안 걸린답니다. 현미, 된장, 마늘,
그리고 토마토, 양배추, 그리고 녹황색 채소 등이 항암 성분이 많은
식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리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좋은데,
걷기 운동이 좋고, 특히 삼림욕이 아주 좋답니다.
항앙주사는 3주단위로 4차례 맞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2차 주사는 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1주일 연기가 되었어요. 개인별로 골수 세포
의 회복 속도가 차이가 나는 관계랍니다. 돌아오는 9월 13일에 예정
되어 있는 2차 주사를 무사히 잘 맞게 되기를 바란답니다.
저도 이번 항암주사 프로그램이 끝나면 산책도 하고, 조금 더 좋아
지면 뒷동산에도 가 보려고 합니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며......
저보다도 저를 더욱 걱정해 주고, 병간호에 열심인 남편에게 무한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느낍니다. 저에게 힘을 주시는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 암을 잘 대접하여 빨리 떠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