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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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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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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1)


BY 새봄 2003-06-03

"부인되시죠? 남편께서 지금 경찰에 구속돼 있습니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으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며칠뒤에 구치소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면회 가 보시죠.
핸드폰과 소지품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잘은 모르겠지만 한달이상 살것같습니다.
변호사를 사든지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아침부터 비는 내렸다.
그치지않고 종일 내릴 것 같다며 아이와 난 하늘을 연실보며 투덜거렸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처음으로 가는 제부도 바닷가 갯벌을
먼 발치에서만 감질나듯 만져야하기 때문이였다.
시내에서 친구들을 만나 제부도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비는 변함없이 내리고 바다는 비에 젖어 우중충한 얼굴빛이였다.
일단은 배가 고프니 조개구이나 먹자고 했다.
몇년만에 본 번개탄위에 오랫동안 조개를 구어낸 때 낀 철망을 얹고
방금 갯벌에서 잡은 듯한 싱싱한 조개들을 쇠집게로 집어 앉혀 놓았다.
조개는 날 잡아 잡수셔요하며 입을 딱딱 벌리고 뽀얀 국물과 함께 우리들의 입맛을 돋구었다.
아까부터 내가 노리던 조개를 마악 벌려서 속살을 빼내려는 순간
핸드폰의 진동이 드르르륵 드르르륵 바지주머니를 흔들었던 것이다.

전화기를 닫고 스레트 지붕밑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올려다 보았다.
'다시 시작해야겠지. 빚과 싸움을 시작해야할 시간이 드디어 온거구나.'
'당신이라는 인간은 꿰차고 있는 빚이 너무 수두록해서 감당할 수 없으니
스스로 경찰에 걸려 회피하려고 한걸까?'난 혼자 질문하고 회의했다.
전화를 받을 땐 몰랐던 빗물이 내 어깨를 싸늘히 감싸 안았다.
창문 한 겹 사이로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왼손에 목장갑을 끼고 오른손으로 잘 익은 조갯살을 빼서 입으로 들어 밀었다.
짭짜름하고 뜨스한 국물이 한 입 가득 고였다.
전화를 받아내느라고 못 먹은 조갯살을 말 한마디 안하고
연실 집게로 집어 왼손으로 조개를 잡고 오른손으로 잽싸게 살을 발려 먹고 또 먹었다.
'먹는게 남는거잖아.잘 먹어야 빚이라는그 놈과 싸울거아니야.'
시커멓게 탄 철망만 남았을 때 목장갑을 빼고 나무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비릿한 바닷냄새를 가시려고 커피를 뽑아들고 창 밖으로 바닷가를 내려다 보니
아이가 바위위에 서서 안절부절을 못했다.
신발을 잊어버렸단다.
갯벌이 신발에 자꾸 달라붙어서 어딘가 벗어 놓았는데 못찾겠다고 울먹거렸다.
다른날 같으면 짜증을 냈겠지만
난 울지 말라며 엄마가 있는데 왜 걱정하냐며 엄마가 잘 찾을 수 있다며
착한척하며 씩씩한척하며 말했다.
갯벌과 조개를 잔뜩 껴안고 있는 바닷가 돌멩이들은 아이 신발색깔과 구별이 잘 안되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엄마 아닌가?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엄마아닌가 말이다.
별걸 다 강한 엄마에 갖다 붙였지만 난 신발을 찾아내서 아이 발에 단단하게 끼워 주었다.

바다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다.
비는 그쳤고 바닷물은 멀리까지 도망가서 갯벌은 끝을 알 수 없게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갯벌 끝엔 바다가 여전히 건재하겠지만 지금 내 눈엔 질척하고 끈적거리는 갯벌이 전부여서
바다고 뭐고 집어 던지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올 봄에 남편은 안방에 나를 불러 놓고 그동안 속였던 진실을 찬찬하게 고백했다.
집을 팔아도 다 갚을 수 없을만큼 빚이 많다고 했다.
빚을 진 이유는 부도도 많이 맞고 나 때문에 괴로워 술도 많이 마셔서 그랬단다.
그것에도 나를 끌어들이는 이기적인 동기가 있었다니 난 잠시 내가 뭘 잘못했나를 들춰보았다.
따라서 남편과 똑같은 이기적인 동기와 생각으로 남편과 내가 끝이나길 바랬다.
지나친 괴로움이 나를 침대에 쓰러지게 만들었고
씁쓸한 슬픔이 눈속에서 넘쳐 눈물을 흘리게 했다.
나의 잘못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였다면 나만 무너트리면 되는 일인 걸
한 채 밖에 없는 집을 무너트리는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가장이였다니...
몇 년째 별거 중인 남편과 나에게 그나마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집이였고
공존하는 울타리였는데...그렇게 쉽게 뭉개버렸다니....
그 뒤 몇 달이 흘렀다.
살얼음판 같은 거실바닥에서 아이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산중턱에 위태롭게 걸친 커다란 바위같은 천장아래에서 밥을 먹고
낯선 목소리만 현관밖에서 들려도 전화 저편에서 남편 이름 석자만 들먹여도
가슴이 뚝 내려앉던 몇 달을 보냈다.

드디어 끝이 온것이였다.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었었고
그 뒤 몇 번인가 면허없이 차를 끌고 나가서 벌금을 내더니
드디어 상습적인 음주운전이라는 죄명으로 구속이 되었다.
이기적인 두 충돌사이에서 남편은 자유를 잃었고
난 절망의 끝을 알게 되었다.

밤 늦게까지 바다에 서 있었다.
친구들은 그물로 게를 신나게 잡고 있을 때
게는 목숨의 끝에서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물은 더욱 더 게의 다리에 엉켜버렸다.
그물에 걸린 게는 고무 함지박에 담겨 집게 손을 바지럭거리다 죽어갔다.
커다란 검은 비닐 봉지에 게를 분배받아 새벽녘에 빚덩어리인 집으로 가지고 왔다.
게를 게수대에 쏟아 놓고 수세미로 깨끗이 씻어서 냉동실에 넣고 나니 새벽 네시였다.
수많은 게는 죽었다.
우리 가정도 여기에서 죽어야하는건가...
끝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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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쓰다만 이 글을 다시 올리려고 합니다.
그땐 수습하고 정리할 것이 많아 끝이 끝을 못맺었습니다.
이제 모든 걸 챙겨서 버릴 건 버리고 고칠 것은 고치고
간직할 것은 간직하고,
다시 내 인생을 시작했기에
지난날을 덤덤하게 돌아보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홀로 깨어 밤을 새우면서 쓴 글입니다
그럼...다시 올리고 남편과 나의 결과를 덤덤하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