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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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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BY woowau 2003-06-03

4년여 동안 다니던 글짓기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동안의 노하우로 그룹지도와 방문지도를 병행하면
월급받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두 아이가 한꺼번에 대학을 들어가야 하는 입장인데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더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지금껏 아이 둘을 혼자 키워왔지만 큰 욕심을 부릴줄도 몰라
주어진 환경에서 늘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이제 아이들에게
한꺼번에 몫돈이 들어가야 한다 싶으니 마음부터 바빠지면서
초조함이 나를 더 이상 그 자리에 안주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큰 아이는 엄마의 힘을 덜어준다고 상업학교를 가 졸업전에
취업을 했는데 일년동안의 직장생활 끝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대학 가기가 힘들다면서 꼭 공부해서 가겠다는 것이었다.
늘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은 예감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기에 속으로는 당황이 됐지만 그래도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담담히 받아들였다.
원래 지금까지 속 한 번 안썩이고 의젓하게 커온 아이라 자신도
심사숙고 끝에 내렸을 결정을 나 역시 받아들이는게 마음 편히
공부에 열중하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내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않았고,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내 마음은 더 초조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애들 아빠를 먼저 보내고 14년을 혼자서 아이 둘을
키워오는 동안 한 번도 애들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기에 이번같은 경우는 실로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을 한다.
그렇지만 애들 앞에서는 결코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지금껏 나자신을 채찍질 해온 것이다.
엄마는 강하다는 의식을 심어 주어야 아이들이 그나마 그늘이
없이 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실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발바닥이 아프게 아파트마다 홍보물을 붙인 결과 이제 시작한 지
2주가 되었는데 수강생 두 명을 받을 수 있어서 조금씩 희망을
품게 된다. 오늘도 아파트를 돌며 내 염원을 가득 담은 홍보물을
붙였다. 내가 오늘 뿌리는 이 씨앗들이 몇 배의 열매를 달고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갖고서.
늘 절망보다는 희망을 꿈꾸자고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살아온
탓인지 그동안의 세월은 결코 가시밭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두 딸은 내게 왜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우리 세 모녀의 새로운 희망이 헛되지 않을 것을 강하게
믿으며 오늘도 겨자씨만한 희망의 씨앗을 열심히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