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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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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살기 좋아졌제 !~


BY 이화월백 2003-05-31


옛날에(60년대말쯤) 고향 진주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제일 빠르다는 통일호를 타고 가도 13시간씩 걸리고 했지요.

그나마 부산에서 출발하는 통일호 표는 진주에 할당된게 얼마 없어서
표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새벽 4시 통금이 해제되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기차역으로
아버지께서 자전거를 타고 나가셔서 예매를 해오십니다.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새벽밥을 먹고 나보다 큰 바퀴도 안달린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기차를 타면서도 대학교에 다니는게 무슨

요조숙녀쯤 되는줄 알고 정장차림에다 뾰족 구두 까지
신어야 되는 줄 알았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간편한 옷차림이어도 좋았을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뭐든지 정식으로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게다가 진주에서 서울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었기 때문에
삼량진에서 갈아타야 했는데(그때는 이것을 노리까이라고 했음)

그 무거운 큰가방을 들고 다시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락 내르락 하기란
보통 힘든게 아니었어요.

다행히 안면이 있는 남학생이라도 만나면 그쪽에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새침하게 구는것이 정숙한 여학생의 바람직한 태도쯤으로 생각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참 바보같은 짓이었지 뭡니까,
그 절호의 기회를 발로차다니...

그러나 보통 방학이 끝나고 상경하는 날짜가 비슷했음으로
누구누구네집 아들과 딸이 타고 있는지 일별하는 걸 빠트리지 않았고
기차칸은 언제나 약간의 흥분으로 술렁이곤 했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식당칸에 가거나 아니면
조미 오징어도 먹어야 하고 삶은 달걀도 먹어야하니

적당한 일행을 만나게 되는 경우엔 거의 피크닉 수준이 되는거지요.

그러나 말이 쉬워서 13시간이지 이게 보통 고역이 아니어서
서울에 도착해서 방안에 누워 있으면

아직도 기차를 타고 있는듯 일렁일렁하는게 요즘말로
시차적응이 아니라 장소적응을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게 되지요.

70년대초에 삼량진에서 갈아 타지 않아도 좋은
순환열차라는게 생겼는데 순천으로 돌아서 진주에 도착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직선으로 가는게 아니어서 시간은 비슷하게 걸렸지요.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있지요.
마산에서 맨뒤의 열차칸에 타고 있는 사람은 앞쪽 차량으로
옮겨아 한답니다.

만약 그대로 있다가는 이 맨 마지막칸의 차량만 떼어서
삼천포로 가기 때문에 졸다가 옮기지 못한 사람은 진주 거의
다 와가지고 삼천포로 빠지는거지요.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답니다.

졸업무렵에 고속버스가 생겼고 몇번 이용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리 쾌적한 여행이었다고는 할수 없었지요.

며칠전에 서울 다녀오신 어머니에게 문안 전화를 드렸더니
"야아야~세상 참 살기 좋아졌제~ 이제 비행기 안타도 되겠더라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왔는데 3시간반밖에에 안걸렸단다.
무신 이런일이 다있으꼬?"

작년에 무신 고속도로가 새로 개통이 되어서 그렇다는데
부산서 새마을호를 타고 가도 4시간넘게 걸리는데...

참 세상살기 좋아졌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