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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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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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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BY 유금복 2000-12-28

참으로 오랫만에 책상에 앉아서 여유를 잡아본다.
이사온지 한 달이 되어서야 겨우 심리적인 안정과 함께 정리가
되었다. 처음에는 큰 평수에서 줄여오며 마음이 아팠지만 여러가지로
더 편리하고 참 잘한 결정이었다. 안방이 커서 여유가 있고,
방 하나가 더 줄었지만 별 불편이 없다.
세월이 진정 빠르다. 어머니가 가신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생전에 더 잘해 드리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고 죄송스럽다.
며칠전 외할머니를 만나뵙고 보니 더욱 어머니가 그립다.
작년 에버랜드 갔을때 어머니께서는 외할머니를 잘 모시고 너무도
즐거웠는데 외할머니께서 우리집에 일주일 와 계실 때에도 함께
주무시고 말 동무도 하고, 함께 공원도 가고.
인생이 진정 무상하구나.
나물을 다듬을때,김치를 할때,깨소금을 빻을때 특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감사한 분이셨다. 성욱이도 너무도 사랑해 주시고
나에게도 잘해 주셨고. 아가씨와 내가 같이 직장 생활 할때에는
아가씨와 똑같이 해 주셨다. 내가 입을 까운을 곱게 다림질 해서
쇼핑백에다 가지런히 넣어 주시기까지 하셨으니까.
이사와서 짐 정리중 참깨를 볶아서 단정하게 닫아 놓은 파카통을
발견했을때, 간장과 된장을 떠 먹으면서도 어머니는 가셨는데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그대로의 물건들.
아직도 어머니가 담그신 김장 김치는 냉동실에 있는데 어머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신다.
어머니는 언제나 나와 함께였는데.....
시장을 갈때나 은행에 갈때나,우체국에 갈때나, 심지어 친정에
갈때까지도.
때로는 잔소리가 듣기 싫고 큰소리로 나무라시면 화도 났지만
그래도 진정 나는 어머니를 사랑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때로 혼자말로 허공에 대고 여쭤본다. 그곳은 좋은 곳이냐고.
고통과 아픔이 없는 곳이냐고?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소리소리 질르시면 죄송하게도 나는 차라리
어서 가시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도 했다.
무심한 사람.

1998.10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