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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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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음증 환자임을 고백한다


BY 후리랜서 2000-12-28

벌거벗은 나체나 성행위하는 장면을 보는 것에서
성적만족을 얻는 증상을 관음증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사람(남녀노소 불문하고)이 관음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TV에서 어떤 상황을 설정해 놓고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몰래 훔쳐보는,
일명 '몰래카메라'의 뜨거운 열풍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겠다.

요즘은 그것도 성이 안차 한 단계 업데이트 시켜
'빨간 마후라'니 ,'오양'이니,'백양'류의 비디오물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게 숨길수 없는 우리네 현실이고,
또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하고 흥분해 길길이 뛰면서도
정작 그 비디오물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지경이고 보면 우리 모두는 영락없이 '관음증'환자가 아니고
무엇이랴.

'훔쳐보기' 또는 몰래 '들여다보기"
그게 어디 성(性)적인 것에만 국한된 일이랴.

무엇이건 읽을거리만 있으면 땡칠이가 되는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렵사리 고백을 한다면,
누군가의 사고와 정서를 "훔쳐보고 싶다"라는 욕구가
잔뜩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또 마음 맞는 벗을 만나면 "내일 일은 난 몰라라"하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꼴딱 날밤을 새는것도,
'훔쳐보기' 내지는 '들여다 보기'의 확장된 심리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매일 '아컴'에 들어와 지인님들의 글을 클릭해 가면서
어느 땐 집이 떠나 갈듯이 폭소를 터뜨리고...
어느 땐 숙연해 져서 덩달아 한숨을 짓고...
또 어느 땐 마치 내 일인듯 가슴에 휑!!!한 바람이 일고...
어느 하루는 그리움에 목이 메여 눈물을 감추느라 먼 산을
쳐다보며 눈에 힘도 줘보고...

쉴새없이 내 안에 차곡차곡 고이 개켜놓은 이야기를 골라내느라
많은 시간을 끙끙대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뒤집어 보면 나도 남의 이야기를 무진장 듣고 싶어하는
역(逆)심리가 숨어 있는것 아니고 무엇이겠나.

나와 생각이 같아서 '하이파이브'를 힘차게 하고 싶은 이가
있는가 하면,
나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님을 만나 새롭게 눈을 뜨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것이라 생각한다.

익명성에 힘입어 '패거리' 운운이나 '니나 잘해' 등의
냉소적인 화법이 오는 2001년에는 쿨쿨 잠자기 바라며,
우리 모두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관음증'환자라는 사실을 주홍글씨처럼 떳떳하게 가슴에
새기고 작은 여유를 가지면 참 좋겠다.

만약 이 세상에 나와 닮은 사람만 존재한다면??????????
사실 끔찍한 일 아닌가???

'들을 귀 있는 자는 분명히 들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