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턴가 달 모양이 늘 같지 않음을 알았다.
누구도 내게 그 이유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니 물어보지 않았다는것이 더 정확하다.
밤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초 저녁이면
쪽마루에 걸터 앉게 되었다.
하얀달은 늘 미루나무 보초병으로 선다.
야단 맞고 삐져서 나올때는 검은 망또 옷 입고
얼굴을 가리고 볼맨 얼굴로 떠 올라 가느다란
새눈을 뜨면 사방은 늘 우울하고 어둡다.
기분좋아 덩실거리며 나올때는 환한 얼굴로
미루나무 가지 끝에 걸터 앉아 사방을 환히 밝힌다.
미루나무 보초병이 나오면 큰 짐승들은 잠을 잔다
미루나무 보초병이 나오면 작은 풀벌레들이 깨어난다.
그래서 아주 덩치 큰 삼촌은 잠을자나보다
그래서 아주 작은 나는 바시시 일어나 쪽마루로 나온다.
쪽마루에 걸터 앉아 가는 두다리를 엇갈려 흔들거리다보면
나중에는 시계 추 마냥 저절로 왔다 갔다한다.
작은 두 손으로 마루끝을 꼬옥 붙잡았다.
담방구 놀이를 하기엔 기분좋은 달 보다 삐진 달이 더 좋다
달이 아주 많이 삐졌는지 사방이 너무 어두웠다.
아이들 하나 둘씩 외친다.
" 담방구 할 사람 여기 붙어라!!!"
목소릴 들으니 옆집 깨순이 정자하고 짱구 소리가 제일 크다
보다마나 한다리씩 깽갱이로 팔짝 뛰며 춤추듯 다닐것이다.
난 깨순이 정자가 제일 싫다.
힘이 센 정자는 정작 지 힘보다는 언니 숙자힘을 빌려 또래를 밀어낸다.
늘 마른 장작같은 난 악악 대고 덤비고 싶은데 목소리 보다
눈동자가 먼저 말을 하는 바람에 가슴만 콩당이며 돌아섰다.
밀어제치기 일수고 고무줄 할때마다 지 고집대로 하고...암튼 싫다.
암튼 아이들 부르는 소리에 내 귀가 쫑끗거리면
귀신같은 할머니귀도 쫑끗거린다.
" 밤에 나가믄 문딩이가 잡아간데이..."
그때는 문둥이가 나타나서 아이들 간을 꺼내 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미루나무 보초병에게 물었다.
난 그때 처음으로 보초병이 왜 밤에만 나오는지 알았다.
미루나무 보초병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 틀림없이 보초병이 나가서 놀아도 된다고 하는것 같았다.
쪽마루를 폴짝 뛰어내려 마루 밑에 쪼루루 놓여있는 신발을 보았다.
행여 작은 또랑물에 빠질가 싶어 코고무신을 신고 나갔다.
담방구 하다보면 작은 또랑도 건너 뛰어야하기 때문이다.
온 몸이 땀에 젖도록 이리저리 뛰었다.
잠자던 정자네 강아지도 덩덜아 뛰는 바람에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다.
행여 시끄러운 개 소리에 할머니께서 깨어나시면 난 죽음이다.
할머니 몰래 기어들어가 자리에 누워야 다음날 새벽에 예배당을
갈 수 있기때문이다.
새벽 초종 소리가 들리고 부시럭대는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오늘은 혼자 다녀올끼라..."
"지지바가 나이가 몇인데..." 하시며 끌끌 혀를 차신다.
해가 뜨고 미루나무 보초병이 투명옷으로 갈아입고 웃고있다.
빨래줄에 지난 밤 이리저리 휘젖고 다니던 내 옷이
바람에 팔랑이며 춤춘다.
빨래줄이 축 늘어져 있다.
이불이 널려져 있다.
투명한 옷을 입은 보초병에게 물었다.
내 옷이 왜 저기 있느냐고... 역시 보초병은 말이 없다.
부족한 이 들꽃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