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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노래


BY 느티나무 2003-05-14

싱그러운 계절, 5월이다. 주위 어디를 보아도 푸르름과 약동으로
가득하다. 3월은 핑크 빛 벚꽃의 꽃비가 내려서 가슴 설레였고,
4월은 분홍 색 진달래 꽃바람이 불어서 애가 탔었다. 이제 설레임과
마음 졸임을 보내고, 힘찬 생의 찬가를 부른다. 아, 찬란한 5월,
계절의 여왕이여!


이 꿈틀대는 5월이면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어린 시절을 수놓
았던 희망의 노래, 뒤늦게 후회하는 회한의 노래, 나를 이끌어
주셨던 감사의 노래가.


5월 5일, 어린이날. 언제 들어도 희망찬 말이고, 매년 다시 맞아도
기쁜 날이다. 환한 어린이의 얼굴은 한국의 미래이고, 웃음짓는
그들의 눈은 미래의 꿈이다.


어린시절, 어린이 날이 가까워 오면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날 노래
를 많이 들려줬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학교에 가고, 집으로 왔다.
그 노래를 부르면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가슴 뿌듯하고,
세상이 기쁨으로 가득찬 것 같았다. 지금도 5월이 되면 희망의 노래
가 힘차게 들려온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5월 8일, 이 날은 나에게 있어 한없는 부모님의 은혜를 느끼는
날이자, 무거운 회한의 죄책감을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칠남매의
둘째 아들이자, 여섯째로 태어나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부족한 아들이요, 불효한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나무 고요히 머무르려 하나 바람이 멎지 아니하고,
자식이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리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고 배웠으나, 부모님 모두 떠나시고 나서 이를
후회한들 무엇하랴. 송강 정철님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하고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를 하라고
강조한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으니 이 또한 어리석음의 소치이고,
얼마나 큰 죄를 지은 것인가.


지금은 어버이날이 되었지만, 예전 어머니날에 양주동 님이 지으
셨다는 '어머니 은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를 듣거나 부르면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정말로 어머님의 고생을 느낄 수 있
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버이께서는 가시고 후회만 남아 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없어라"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어 폐지하자는 얘기
까지 나오고 있지만 한 평생 살아가면서 스승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꼭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어떤 면에서든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스승은 있게 마련이니까.


예로부터 사람은 배움을 통해서 깨우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중요성은 크게 강조되어 왔다. 맹자님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得天下英才 而敎育之)"을 '군자삼락(君子三樂)'
의 하나로 치셨고, 공자님 역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하셨다.


기술 문명과 문화의 발달로 이제는 어디에든 지식이 넘쳐나고 있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정보가 가득하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 이상이고, 반드시 그 이상이여야 한
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통해서만 인격, 정신, 생각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학교는 지식을 사고 파는 시장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그래도 선생님이라면 존경을 했고, 어려워 했었
다. 가정에서도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으로 교육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존경은 고사하고, 심지어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다. 나라의 미래라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존경할
스승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이렇게까지 된데에
는 교사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사회 전체가 노력하여 학교 선생님들
이 자존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존경
받는 스승이 많이 나와야 우리의 아이들도 훌륭해지지 않겠는가.


스승의 날이 닥아온다. 전에는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면 나의 선생님
들이 존경스러웠다. 옛 스승님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불러본다. 어려
운 시절, 선생님들 역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시면서 열심히 가르
쳐 주셨고, 바르게 살라고 말씀하셨던 가르침을 오늘도 소중하게 간직
하고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지금 대지에는 아카시아 향기 가득하고, 나의 마음 속에는 밝은
어린이를 보고 미래에 대한 희망,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후회,
나를 이끌어 주신 스승님의 은혜에 감사로 그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