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닐 때 교과서에 실렸던 알퐁스 도오데의 별 이라는 단원에
양치기 소년의 어깨에 기대어 살풋이 잠이든
스테파니 아가씨를 묘사한 글이나, 마지막 수업 같은 글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
비오는날 들려오는 G선상의 바이올린 선률,
왕자 처럼 당당한 아카시아 숲은 벼혀졌다.
이런 표현들을 읽으며 그 아련한 글쓰기에 반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글을 한데 묶은 에세이집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솜사탕 같은 글들이 차츰 질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단 이런 사람들의 글뿐만 아니라 어느 특정한 사람의 에세이나 칼럼을
신문이나 잡지에서 가끔 하나씩 읽을때는 상당히 맛깔스럽게 느껴지지만
이들을 한묶음로 낸 단행본에서는 항상 그런 질리는 느낌이 든답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국 이런 글들은 무게가 조금 있는 글들 사이에 하나씩 섞여있을 때만
그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클래식 소품들만 들려주는 음악 프로를 들을때도 그 비슷한
느낌이 들때가 있지요.
어쩐지 끝없이 달콤하기만한 또는 경쾌하고 가볍기만한 그것들이
어느 순간 지루한 그 무엇을 깨닫게 하는거지요.
내가 이 에세이방에 오기를 좋아하는것도 따지고 보면
어느 한사람이 주도하지 않는 다양한 여러 사람의 삶의 형태를
맛 볼수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글 잘 쓰는 전문적인 이야기꾼의 책을 읽으면 될것이고
정보가 필요하다면 또 다른 많은 읽을꺼리들을 찾아 보면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오면 사람사는 냄새가 납니다.
사람살이의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 실망과 용기 이런것들이 뒤섞여 있고
현대에 점점 사라져가는 이웃 대신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고
서로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정이 오가는 이방이야 말로
사람사는 모습의 종합선물 셋트 같은 것이 아닐까요.
바늘님의 아픈가슴을 위로하고 싶고,
바다새님! 우울증에는 매운맛이 아주 효과가 있다니 고추가루를
듬뿍치고 콩나물국이라도 끓여서 드세요.
손풍금님! 마음에 있으면 언젠가는 그런 희망이 채워지는 날이
오게 마련이랍니다.
그리고 후후..라일락님 주인 모르는 유통기한 지난 우유 한통으로
클레오파트라가 무색할 지경으로 행복하신 모양이예요.
난 아침에 눈 뜨자말자 커피부터 한잔 마시는데 그럼
내가 아침커피님을...
조오기 아래 ㄸ배(?)에 같이 공감해 주신 아리님 올리비아님 캄사함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한가지 선물 보다 종합선물 셋트를 좋아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