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소상으론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큰 도시이지만, 살던 곳은 시골 촌동네였다. 목욕탕 갈 때도 20분 걸어서 시내버스 타고 갔으니,
지금 생각하면 도시로 부터 격리(?) 된 마을에서 살았다고 해도 되겠다.
우리 마을엔 개울이 많아서 친구들과 빨래 하러도 많이 다니고,여름엔 빨래 하고 나서 꼭 머리를 감고 왔었지. 그 때는 tv에 집에서
빨래 하는 사람들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었다.우리 동네 사람들은 거
의가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집에 어른들은 없고 항상 아이들만 북적
거렸다. 그래도 놀 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
땅따먹기, 고무줄 뛰기, 공치기,살구놀이(공기놀이), 등 참 많았다.
시마차기(돌)도 있었다. 고무뛰기 하면서 최영장군노래,철강산 거룩
한 밤~~. 말도 안되는 노래를 붙여 가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여름엔 앞산에 시멘트 종이 들고 가 엎드려서 개미잡기나 나무타기,
친구들과 땅바닥에 글자 써 놓고 흙으로 덮어 찾기. 지금 생각하면
돈 주고도 못하는 창의력 공부 였던 것 같다. 실컷 놀고 나서 해가
뉘엿거리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 동생들 돌보고 밥도 해 놓고 그러면
부모님이 오신다. 그러면 엄마는 우리 딸 착하다고 칭찬도 해 주신다. 여름엔 마루에 앉아 상추 쌈 싸 먹고. 우리는 셋방살이 했는데도
참 즐겁고 재미있었다. 가끔 그 동네를 지나다 보면 개울도 없어지고, 있는 곳은 더러운물만 흐르고. 마을 가운데 2차선 넓은 도로가
생겨 삭막하기만 하다. 앞 동산도 깍아서 길 만들어 버리고.
친구들도 다들 어디서 사는지 없고. 타임머신이 있다면 다시 돌아 가고 싶다. 아!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