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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강아지 이야기(코시의 꼬마신랑 길들이기)


BY sharegreen 2003-04-18

저희는 지리산으로 이사오고나서 아이들이 그리 좋아하는 강아지들을 세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아메리칸 코카스파니엘 종이 두마리 있는데, 이들 두마리에게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며칠전 코시와 지코가 한바탕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코시는 생후 10개월이 넘었고, 지코는 5개월째여서
서열상으로는 단연히 코시가 위입니다.
몸무게도 안아보면 코시가 두배는 무겁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도 지코가 온 이후로
한그릇에 밥을 같이 주면 코시가 지코가 다 먹고나면 그제사 먹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곁에 가서 좀 귀여워 해줄려고하면 지코가 코시를 밀쳐내며 자신만 예뻐해달라고 합니다. 코시가 얼씬도 못하게 하더군요.
지코의 별명 또 하나 '샘쟁이'.

하루는 지코가 밥을 다 먹고나서 코시 먹으라고 밥을 더 부어주었더니,
지코가 지 주둥이를 들이밀며 코시를 못먹게 하더군요.
그렇다고 지코가 더 먹을 마음이 있는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나 보려고 그대로 두고 보았습니다.
코시는 지코가 밥그릇에서 주둥이를 뗐을 때만 밥을 먹다가
지코가 주둥이를 들이밀면 또 뒤로 물러나는 겁니다.

"이상하다. 코시가 아직은 힘도 세고, 5개월이나 먼저 낳았는데... 지코가 숫놈인 걸 코시가 아나?"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며 개들의 세계에도 알수없는 뭔가가 있나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왈 "옛날에 여자들이 감히 밥상에서 밥을 어찌 먹어! 부엌에서 쭈구리고 먹었지. ㅋㅋㅋ 코시가 지가 여자인지 아나보네." 이런 구시대적인 말을 농담삼아 했습니다.

며칠 째 밥그릇을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엊그제는 지코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한그릇을 다 먹었길래,
코시 먹으라고 한 그릇을 더 퍼주었습니다. 지코가 역시 코시 먹는 걸 방해하며 자꾸 지 주둥이를 들이 밀더라고요.
코시가 슬슬 부아가 치밀었는지, 낮고 작은 소리로 "으르릉~ 그 ㄹㄹ릉" 소리를 내며 지코를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좀 하다 그치겠지 했는데, 3분여동안 계속 그러는 겁니다.
지코는 화난 코시를 쳐다보며 나도 질 수야 없지 하면서
으르렁 소리를 내는데, "끄 으 응, 끼 이 잉"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코를 벌렁거리고 이빨을 보일둥 말둥 윗입술을 실룩거리며 코시를 쳐다보는 눈에는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버릴 수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으 으 르 릉~~ 그 으으 릉응~~~~" "그 끄 으 응, 끼 으 이 잉~"
둘이 이런 소리를 내며 대치 상태가 3분여 지속됐습니다.

소리에서 지코가 지고 들어가기에 그러다 그칠 줄 알았는데,
코시가 혓바닥을 내밀고 입맛을 슥 다시더니, 갑자기 지코에게 '와아~ㅇ왕'하며 달려들었습니다.
둘이 앞발을 들어 앞면 공격자세로 무섭게 그야말로 전투를 벌이더라구요. "아이쿠 놀라라"
한 1분간 그러더니, 지코가 코시의 몸에 눌려 버렸습니다. 코시 승리!

지코는 눈에 서글픔을 띄며 슬그머니, 코시를 외면한 자세로 바닥에 달싹 몸을 붙여 엎드립니다.
코시는 밥을 우적우적 씹어 먹고 나더니, 아까의 싸움이 미안했는지,
지코 얼굴쪽으로 지 얼굴이 보이게 해서 바로 옆에 엎드리더니, 지코를 지그시 쳐다보더군요.
마치 "밥 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꼬마신랑도 배워야 쓰것다. 그래도 미안하다 꼬마 신랑아~"하며 화해의 눈빛을 보내더라구요.
지코는 자존심이 있는대로 상했으니, 그러는 코시를 냉정히 쳐다보더군요.
(인간인 우리 가족은 얼마나 깔깔거렸는지 눈물이 나고 뱃가죽이 아프더군요.지들에게는 자존심 싸움이건만...)

그후 며칠동안 지코는 코시가 밥먹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 버릇 개(?) 못준다고, 다시 코시가 밥그릇에 주둥이를 들이밀면 못먹게 다시 지코가 주둥이를 들이밀더군요.
또 며칠 그렇게 코시가 참더니, 어젯밤에 다시 코시가 꼬마신랑 지코의 '길들이기'를 하더군요.

우리 가족은 또 깔깔깔....

(참, 지코가 코를 벌렁거리며, 윗입술을 실룩거리는 모습을 카메라로 잡았어야했는데, 아쉽네요. 겁은 먹었지만 자존심을 내리기 싫은 지코의 그 얼굴이 무척 귀엽고 재미있었거든요. 읽으시는 분의 상상에 맡겨야겠네요.)
재미있는 강아지 이야기(코시의 꼬마신랑 길들이기) (지코와 코시의 재미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