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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슬프다(10)- 우리 엄마(5),,, 부도


BY 에스더 2003-04-14

몇 번의 대책회의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일단 제일 시급한 것은 7500만원 가량이 되는 카드빚이었다.
우리가 먹고 자고 하는 사이 나날이 늘어 날 이자를 생각하니 입이 바짝 바짝 마르고 아무 사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난 초췌해져 갔다
내가 생각을 해도 난 참 낙천적인 성격이다, 좋게 말하면 로맨티스트지만 나쁘게 말하면 오줄이 없는 것이리라, 그래도 이렇게 사니까 나 자신은 참 편 했는데 엄마의 일은 나에게 넘 큰 짐으로 내 어깨를 우리 가족 모두의 어째를 짓 눌러 오고 물에 적신 솜마냥 그 무게가 갈수록 다해졌다.
세째 동생은 일단은 카드빚부터 갚아야 하니까 형부도 3000만원 내고 우리도 일단 돈이 없으니까 전세 3000만원하는 것 그것이라도 빼서 3000만원 마련하고 둘째 동생에게도 3000만원을 내라고 우격다짐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난 내심 놀랐다, 작년에 엄마에게 해 준 돈 1300만원도 아직 남아 있는 마당에 3000만원이 남편에게 가당키나 한 것일까, 그래도 동생은 악다구니있게 이야기를 했다, 어영부영 지금 이자 조금 막아 주어 봤자 돌아서면 또 그 만큼 이자와 원금이 불어 있으니까 우리가 일단 급한 불 부터 크고 자신이 나중에 보상금 나오면 사채의 일부라도 갚겠다고 한다, 보상금이라...

사고난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따르릉, 따르릉, 고즈녁한 밤, 시계가 1시를 알리고 있는데 요란하게 울리는 불길한 전화벨소리, 남편이 잠결에 무심코 받더니 이내 갈라지는 목소리..
전화기를 낚아 채어보니 너의 교통사고소식이더구나.
밤공기를 가르면서 달려가면서도 10달동안 공들여 키운 너의 예쁜 아기만은 무사하기를 얼마나 기도하고 또 기도했는지 모른단다, 그러나 영천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기가 사산이 되었다는 막내의 절규하는 목소리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의 극한에서 우리들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수술실 앞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피자국이 낭자한 제부를 보고 그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을까 생각하면서 또 울음이 솟구쳤단다.
이제 갓 결혼해서 마냥 행복에 젖어서 곧 태어날 2세를 위해 동화책도 사고 태교 CD도 들으면서 태교에 힘을 쏟던 너의 모습이 엊그제의 모습인데 의사는 긴장된 얼굴로 나와서 아이는 사산이 되었는데 자궁에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바람에 한쪽 나팔관을 절제했는데 그래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면서 가로로 제왕절개를 했는데 다시 세로로 가슴을 열어 봐야 어디서 출혈이 되는지 알겠다면서 우리들에게 수술동의를 구했지, 난 수술실 가운을 입고 제부와 함께 핏기 하나 없는 헬간 모습으로 배를 다 개복한 너의 모습을 보면서 오열을 하였었지, 그래도 자꾸만 솟구치는 피 때문에 한시가 시급한 위험한 상황인 것을 직감하면서 너의 배에 난자된 흉터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당장 너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우리는 수술 동의를 하고 너의 수술은 지루하게 7시간이나 계속되었었지, 우리 가족들은 모두 모여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고 하나님께서 제발 너의 목숨만은 거두어가지 마시기를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단다.
이 세상에 왔다가 누구나가 흔하디 흔하게 보는 그 태양 한 번 보지 못 하고 간 우리 조카를 위해 하얀 보자기에 쌓인 너의 아기에게 기도를 해 주었단다.
완벽하게 준비한 출산준비물과 아이는 연기가 되어 엄마 아빠의 사진 한 장과 함께 하늘나라로 돌아갔지, 불쌍한 우리 조카...
비록 췌장이 많이 다치고 오른팔이 골절이 되고 갈비뼈가 부서지고 간이 파열이 되어서 사선을 넘나든 너였지만 너의 존재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아무리 우리가 걱정하고 염려하고 마음을 졸여도 정작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너겠지, 작은 꼬마들을 보는 너의 눈이 예사롭지 않을 때 마다 내 가슴도 덩달아 철렁한단다, 그렇지만 넌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하늘나라에 있는 예쁜 너의 아이도 진정으로 엄마의 쾌유와 회복과 강하고 담대함을 원할꺼야,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작아진다고 했지, 우리 함께 걱정하고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자구나.

이런 동생의 보상금은 결국 동생의 망가진 몸의 대가인데 이것으로 엄마의 사채를 갚겠다고 강경하게 이를 악 물고 말하는 동생에게 우리가 어떻게 돈을 못 내어 놓겠다고 말을 할 수 있으랴, 우리 집을 팔아서라도 생돈을 어떻게 라도 만들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