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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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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미숫가루


BY 1004bluesky1 2001-08-24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서글픈 미숫가루

 

어느 날 문득 세월의 흐름에서

잠시 물러나 보니

예쁘게 포장된 채 살아가는

낯설은 제 모습을 만났습니다.

이게 아니라고

이런 건 결코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 보았지만

이미 그 모습은 제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두꺼운 세월의 외투를 벗고 싶습니다.

짱가 노래에 흥분하고

열여섯 이후엔 나이 먹는 걸 잊어 버렸던

철부지 공주의 모습에 어울리는

진짜 가슴을 되찾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글로 하루를 열면서

쌓여가는 내 가슴의 포장과

빗장을 열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짜쥑이기를 하실 분

따스한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가짜 쥑이기는요?

가짜 쥑이기1. 일상에 숨은 가짜 찾아내기

가짜 쥑이기2. 동화에 ?g힌 내면 바라보기

가짜 쥑이기3. 영화 속 진실 찾기

가짜 쥑이기4. 노래 가사에 담긴 진주 찾기

가짜 쥑이기5. 우헤헤헤 하하하 웃음으로 가짜 날리기


저는요?

이름은 윤빈, 나이는 열여섯으로 고정

(그 이후로 떡국을 안 먹었으니까)

학교는 적당히 마쳤고, 우리말도 배웠고

하는 일은 아이들과 생각 굴리기

그리고 배꼽잡는 얘기 만들기

좋아하는 가수는 김건모, 조성모

노래는 물론 짱가,아시나요

 

음악은 무조건 다 좋아하고

문학은 가짜 빼고는 다 좋아하고

취미는 내 맘대로 글쓰는 거,

눈치 안 보고 노래 부르는 거

특기는 대회 나가서 딴 사람에게 양보하기

숨 안 쉬고 정신없이 말하기

아이들에게 썰렁 개그하는 거

 

내가 사는 이유는

세상엔 사랑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연필이랑 책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예쁜 마음들이 있으니까

 

 

 

서글픈 미숫가루


 서글픈 미숫가루

2001년 7월 17일 화요일 맑음

미숫가루를 타드렸다. 어머니께서 맛있다고 하셨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자고 있는 동생을 깨워서 말했다.

동생도 기분이 좋아서 손뼉을 쳤다.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다.

  

새벽에 깨어 잠이 오질 않아 책상에 앉았다.

이것저것 좀 적다가 책꽂이의 아름이 일기장이 눈에 띄어 꺼내 보았다.

미숫가루. 갑자기 가슴이 쏴아아 파도를 쳤다.

학교에서 미숫가루를 부모님께 타드리고 그 느낌을 일기에 적어오라고 숙제를 냈었다.

집에 오자마자 내내 그 숙제 얘기였다.

(아름인 숙제를 해결할 때까진 계속 따라다니며 되뇌이는 성질이 있다.)

저녁 준비에 바빠 나중에 하라 그러고는 저녁을 먹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냉장고에서 미숫가루와 물통을 꺼내 타다가 그만 미숫가루를 통째로 엎어버렸다.

꽈당하는 소리와 함께

"니 또 무슨 사고 치는데? 빨랑 니 방에 들어가 자."

하는 아빠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남편은 내가 아이들 야단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야단을 친다.

겁 많은 아이는 제대로 설명할 엄두도 못 내고 달려들어간다.

숙제를 하려던 것인 줄 아는 나는 야단 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남편을 야단칠 수도 없었다.

그도 모르고 한 일이기에 어정쩡하게 가만 있다가 한참이 지난 후, 그에게 말을 해주었다.

그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무 말이 없다.

칭찬 받고 싶어한 일이었을 건데 마음의 상처가 되었겠구나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서 결국 미숫가루를 먹지 못하였었다.

다음 날 숙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잊어버렸었다. 근데 저렇게 써 놓은 것이다.

아름인 저런 그림을 그리며 미숫가루 타기를 시도했을 건데 일이 그렇게 되고 말았으니

이제 여덟 살인데 사실대로 안 쓰고 저렇게 꾸며댔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아름아, 오늘은 엄마, 아빠가 정말 맛있게 먹어줄게. 다시 한 번 해 봐."

서글픈 미숫가루

 

  
<찬란한 그 밝음이 그립네요 >

 서글픈 미숫가루

 

  생각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 일이 이루어졌을 때 기대였다면 기쁨으로 우려였다면 슬픔으로 이루어지겠지요.

사람들은 왜 매번 실망하면서도 기대라는 걸 하면서 살아갈까요?

또 왜 혼자서는 모든 걸 느낄 수가 없는 걸까요?

인터넷엔 외로운 영혼들이 이리저리 우왕좌왕 빈 가슴을 채워줄 인연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

혼자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인생인가요?

그렇게 넉넉함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 건가요?

가을이 오니 그런지 가슴이 허허롭네요.

거둬지는 곡식만큼 님들의 가정에도 거두어들일 행복이 가득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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