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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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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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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슴엔 가득한데.....


BY kanghe0629 2003-04-12

하루종일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 아팠다
온 방은 어질러져있고
씽크대 위 는 그릇천지
베란다에는 빨래가 널부러져있다
눈에는 보이는데
일어날수가 없다
정신이 가물가물 하다

토요일이라
막내가 일찍왔다
"엄마 어데 아푸나?"
"응~ 조금.. 밥 먹어야지?"
"......"
대답이 없다
겨우 밥을 차려주고
다시 누웠더니
"엄마 나는 엄마가 아파서
쪼매 미안하기는 한데
그래도 엄마가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다"
밥을 다 먹고는 벌러덩 내 팔을 베고 눕는 막내
"엄마야 우리도 아빠가 빨리집에 와서 돈도벌고
옛날처럼 엄마는 집에서만 있으면
진짜로 좋을긴데 그자?"
난 웃었다
" 쫄졸이 니가 착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곧 그렇게 될건데 뭐"
"맞어 이렇게 예쁜 흰 돼지가 어딨노?"
막내 덕분에 아프면서 한껏 웃었다
그래 우리막내가
엄마 에게 바라는게 이게 전부일진데
그냥 평범한 그것을 못해주는 부모가
바로 나인데.....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저녁나절
큰딸이들어오고
막내랑 둘이 귓속말을 하더니
갑자기 부산해졌다
"엄마야 목욕가서 내가 씻어주께
그러면 몸살이 후딱 달아난데이"
큰딸 뽀송이도 괜시리 수선을 떤다
엄마가 왜 아픈지 눈치를 챈건지
아니면
엄마가 너무 불쌍해 보였나......
어쩔수 없이 아픈몸으로
우리세여자는
목욕을 갔다가
맛있는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하루 일당이 날아가 버렸지만
행복했다
지금은
안방에서 둘이 공부하느라
재잘재잘 댄다
아! 그래 이게 사는거지 뭐
내일은 대충 훌훌 털어버리고
출근을 해야지
그래야
우리 두 못난이들
맛있는것 해줄텐데.....
가슴에 가득한 아픔이
가끔 이렇게
온몸을 멍들게 할때

지독한 몸살을 앓는다
아주
지독한 몸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