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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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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부쳐


BY 풀씨 2001-08-24

여름 매미소리가 이제 을씨년스러운 처서 지난
가을 초입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이 높아지고
분주하게 날개짓을 하는 고추잠자리 꼬리가
붉은 고추빛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사정없이 내리쬐던 8월의 햇살이
성글어갑니다
건강한 젊음이 어우러지던 바닷가 야영장엔
허허로움이 자리했습니다
그 많던 텐트는 이제 드문 드문 눈에 띄고
한가롭게 갈매기떼 먹이찾아 분주합니다

풀숲엔 벌써 가을풀벌레들이 밤이면
목청을 높여 가을노래를 합니다
이슥하도록 저들의 목청은 낭랑하기만 합니다
별은 닦은 유리창보다 밝고
뒷산 솔숲은 서늘하고 소슬한 바람을 일궈냅니다
아침 ,저녁,우리곁에 불어오는 바람결은
분명 그제 보다 다르고 어제보다 다릅니다

길고 지루했던 여름이 마냥 우리곁에
남을것만 같던 초조함도
이젠 가을바람 앞에서 여유가 생깁니다
지난 주말 보았던 김해들녘의 올벼는
얼마안있어 추수를 시작했다는 보도를
접할수 있으리만치 알곡이 야물어져 있었습니다
긴 봄가뭄이 있었고 연일 비 피해보도가
있었던 지난 봄,여름,
그래도 절개있는 선비처럼 꿋꿋이 자라준
벼이삭이 참 많은걸 느끼게도 했습니다
가뭄,과 비,바람, 자연을 이겨내고
병충해와 싸워 멋진 결실을 이뤄낸 벼이삭이
가꿔온 농부가 아니지만 지나가는 길손이라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그저 뿌듯했습니다

여름은 우리에겐 지루하고 고통스러웠지만
곡식을 키우고,여물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쉬이 여름을 미워하지 못합니다

아직은 한 낮 햇살은 따갑습니다
다시 여름인가 싶을 정도로 덥기조차 합니다
이 따가운 햇살도 과육의 단맛을 높여주고
벼의 알곡을 야물게 해 준다고 생각하면
참을수가 있습니다
고추가 익고,감이 익고,밤송이가 벌어지고,
석류속이 드러나고,대추가 익어가고,
아~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가을 을 빨리 맞이하고
싶은걸까요?

가을이 오면 지난 여름날 더위쯤은
우리에게 대수롭지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을겁니다
계절은 무릇 좋은 절기인데
우리네 살림살이도 점점 풍요로워 졌으면
하는 바램하나 살짝 얹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