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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 병동


BY 라니 2003-04-12

매주 금요일이면 두어시간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문병을 간다.

친정아버지가 내집처럼 여기며 사시는곳. 801 병동...

그곳에서 아버지는 재활훈련을 받으며 하루하루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신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한채 생사를 넘나들던 중환자실을 벗어나

지금은 기관기를 절개해 호스를 꼽고 죽을 드시며 겨우겨우 걸음을 옮겨 놓으신다.

매주 금요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801 병동의 병실 문을 열면 두번째 침대에 까만 양말이 신겨져있는 아버지의 커다란 발과

오후 재활훈련을 끝낸뒤 지쳐 잠드신 아버지 침대밑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계신 엄마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자리엔 오늘도 변함없이 의식이없는 교통사고 환자가 누워있다.

30대의 가장.

아침출근길의 교통사고는 건강하던 한 사람을 일순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놓아

중국교포 간병인의 의무적인 수발에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낸채 망가진 육신을 내맡기고 있다.

아버지의 다른 옆자리엔 간단한 무릎수술을 받으러 왔다가 의료진의 실수로 한쪽 다리를 영영 못쓰게 된 초로의 환자가 누워있다.

의료사고 인지라 환자의 위세등등도 병원에선 다 감내해야 하는 눈치다.

아버지 앞자리엔 뇌졸중으로 쓰러진 50대 환자가 둘 누워있다.

한 환자는 부인의 간호를 받으며 조용히 병원생활을 하고있고

한 환자는 하루종일 횡설수설 헛소리에 간헐적으로 울부짖기까지해 병실 분위기를 사뭇 어수선하게 만든다.

24시간 발버둥치는 환자의 간병인은 낮동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보조침상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다른 환자들이 잠든 밤에 홀로깨어 간병을 해야 하는 그 간병인은 그러다 환자 보호자라도 낮에 오는날은 아주 힘들어 한다.

저멀리

코를 통해 기다란 고무관을 위 까지 밀어넣은채 그 줄을 통해 액체 음식물을 먹어야하는

그래서 콧줄을 길게 늘어뜨린채 생활해야하는 40대 위암환자와 두눈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60대 환자가 눈에 띄인다.

또, 뇌졸증으로 쓰러져 옴싹달싹 못하는 아버지를 간병하는 젊은 아들의 모습도 눈에 띄인다.

여러환자와 보호자중 유독 20대로 보이는 그 젊은 보호자한테 시선이 머무는 순간

환자도 안됐지만 노란 개나리가 만발하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 좋은날에

싱싱한 젊음이 참으로 안됐구나 하는 생각에 그 청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사뭇 측은해진다.

기관지를 절개한 환자만 있는 방이다 보니

하루종일 그렁그렁한 가래끓는 소리에 또 산발적으로 칙~~~~하며 가래 뽑는 소리에 하루해가 저문다.

갖가지 사연을 안고 온 환자와 보호자들 그리고 간병인들이 있는 801 병동.

위급할땐 서로의 손발이 되어주며 서로의 처지에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며 위로받고 위로하는 환자와 환자보호자들,

오늘도 801 병동의 하루는

기약없는 내일을 그리며 그렇게 또 하루해를 보내고 있다. 라니의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