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5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


BY sharegreen 2003-04-11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
감자 심은 지 보름만에 파란 싹이 올라왔습니다.
심고나서는 "싹이 올라왔을까? 안올라왔을까?"하며 하루에도 여러번 감자심은 이랑을 들여다 보았는데, 그러다 지쳐서 "어련히 나올까."하며 조바심을 버렸습니다.

그제 비가 오고 어제는 화창한 그야말로 봄날씨이기에,
그동안 심은 작물들을 한번씩 들여다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싹이 오른 시금치는 잎이 둥근듯 세모난 형태로 자라고 있고,
상추와 부추는 싹눈이 조금 보이고,
고구마 순은 새벽 추위에 까무라쳐 있더니, 그래도 자줏빛 새순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배추, 당근, 쑥갖, 도라지는 싹 오를 기미가 안보입니다. 비가 한번 더 오고나면 싹이 나오리라 예상합니다. 봄에 오는 비는 싹 틔우는 거름이란 말이 있거든요.

제일 반가운건 군데군데 진녹색으로 하얀 솜털이 있는 감자싹입니다.
겨우내 게으름 부리던 몸둥아리를 움직이게 만든 올해의 첫 작물이니 더 반가운 겁니다.

감자싹이 나올 정도이니,
이젠 봄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습니다.
마을에는 연분홍빛 살구꽃과 하얀 벚꽃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킵니다.
마을에서 시선을 산쪽으로 돌리면 진달래가 울긋불긋 산을 수놓고 있고
하얀 조팝나무 꽃도 개화하기 시작했고요.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고개를 땅에 가까이 대면 작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카메라로는 잘 안 잡히지만요.)

봄에 피는 잘디잔 야생초 꽃들이 온 땅을 덮고 있어 땅을 밟기가 조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이 잘디잔 야생화를 토종벌들이 더 좋아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고구마를 심기로 한 윗밭중 벌들이 놓여있는 땅은 나중에 일구기로 하였습니다.

점점 겨울의 잔재인 거무스름한 덤풀숲이 사라져가고,
그 자리를 연초록의 새순들이 차지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늦가을부터 겨우내 뻗정다리처럼 서있던 회색의 두릅나무들에서 순이 오르고 있습니다. 두릅나무 새순을 보니 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끓는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이라니....

봄이 되니, 먹는 얘기를 많이 하게됩니다.
냉이 된장국, 쑥개떡, 머구나물,돗나물 무침, 두릅 등등..
예전에는 지금 이맘 때가 춘궁기였지요.
이 배고픈 춘궁기를 이기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난
야생초와 새순들을 먹거리화하지 않았는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 덕에 후손들은 풍요로운 봄의 먹거리 문화를 즐기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시골에서 맞는 봄은 눈도 즐겁거니와, 입도 즐겁습니다.

쉬운 쑥개떡 만들기를 소개해볼까요?
1.쌀을 불려서 분쇄기로 곱게 가세요.(평소에 쌀가루를 준비해 냉동실에 넣어두면 좋습니다.)
2.쑥을 삶아서 분쇄기로 갈아둡니다.
3.쌀가루에 갈아둔 쑥을 넣고 반죽을 만듭니다.(약간의 소금과 적당량의 설탕 넣는 것 잊지마세요.)
4.동그랗고 납작하게 빚어서 찜솥에 쪄냅니다.

(쪄내는 대신 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둘러 익혀내거나, 오븐에 구워내면 쑥개떡 버터구이가 되거든요. 남편이 쑥개떡 버터구이야말로 훌륭한 퓨전요리라고 추켜세워 주더군요.ㅎㅎㅎ이 맛을 일년내내 즐기기 위해 요즘 우리는 시간나면 쑥을 뜯으러 다닙니다.)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
(길죽하게 생긴 것, 물고기 모양들은 둘째 한무가 창작활동을 한 것들입니다.굽고나서 본인이 만들어서 더 맛있다고 다 먹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