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이렇게 늘어가니 가슴이 콩당콩당 거립니다.
님들께 먼저 죄송한 말씀을 드리네요.
지난번 말씀 드렸던 것 처럼 어깨의 통증이 나날이 심해져서
근막통증 증후군...이라고 하는 건데,
님들께서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컴 앞에 앉으실 때는 약간 고개를 안으로 숙이는 듯이 하고,
베개는 낮은 것을 쓰시고, 설거지 하시거나 방걸레질 하실 때도
주의하세요.
천장을 쳐다보거나 전등을 가는 등의 무리하게 고개를 뒤로 꺾는 행동도 주의, 음료수 마실 때도 목을 뒤로 제끼면 안되고요...
에궁...지금도 많이 아파요....ㅠ.ㅠ
지난 주말엔 저희 친정식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답니다.
싱글싱글 웃는 표정이지만 묵직한 오빠와 새 언니,
은행원 답게 항상 좋은 정보가 그득한 형부와 큰 언니,
그리고 우리내외,
쇼핑전문 회사에 제법 굵직한 중책을 맡고 있는 노처녀 동생,
대전 대덕의 한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제부와 막내여동생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집에 모였으니 정말 얼마나 분주했겠어요?
각 집에 딸린 아이들만 해도 2명씩이니 친정엄마는 음식을 해주시느랴 한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고 하던데, 땀을 뻘뻘 흘리시며 주방에서 분주하셨지요.
물론 우리들이 일손을 보탰지만 엄마는 자리에 앉으려들지 않으셨어요.
"엄마, 제발 좀 이리 오셔서 같이 앉아 계셔요..."
오빠가 재촉을 해서야 엄마는 자리에 앉으셨지요.
자리에 앉으신 후에도 맥주 좀 더 줄까? 수박 먹을래?
하시며 계속 무얼 더 먹이지 못해서 물은 걸 또 물어보시고,
끼니 해결하고 설거지 하면서는 벌써부터 다음끼니에 뭐 해줄까
부터 챙기셨어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설날 이후 처음인지라 아버지도 무척 즐거워 하셨어요.
새로 이사오신 아파트에 자식, 손주들이 다 참석하였으니 기쁜 마음을 감추질 않으시더니 급기야 태극기를 앞에 내다 걸으셨답니다!!!
베란다에 말이죠.
엄마는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게 무슨 망령이냐...고 계속 아버지한테 뭐라고 잔소릴 하셨지만 아버지는 일언지하에 묵살하셨어요.
"내 맘이지!! 이렇게 기쁜 날 태극기 내다걸지 않으면 어떤 날 달아? 나한테는 오늘 어떤 국경일보다 기쁜 날이라구!!"
태극기를 그렇게 내다거는 것조차 나라사랑이라고 생각하시는 아버지께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요.
종일 자식들 옆에서 엄마 흉도 보시고, 얼마전 갑자기 쓰러져 입원중이신 큰아버지 얘기를 맘 아파 하시며 반복해서 하고 또 하시고, 오빠회사는 괜찮은 지, 형부네 은행은 구조조정과 관계없는건지, 막내제부는 연봉이 올랐는지, 우리 가게는 자리가 잡혀가는지 샅샅히 물어보셨지요.
맥주를 내오라 하시고는 주거니 받거니 몇 잔 술에 얼굴이 붉어져서 쇼파에서 깜박 잠이 드신 아버지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왜 그리 흰머리카락이 많이 생기신걸까요?
환갑을 넘으실 때만 해도 아직 우리 아버지는 청년이야...라고 장담하고 서로 농담했었는데, 십년 세월이 또 훌쩍 아버지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종일 우리들 해먹이는 기쁨에 피곤하신 줄 모르던 엄마손에는 검버섯이 가득 들어차 있었어요.
주름이 꽉 들어찬 얼굴과 자그만 사마귀 같은 것들이 피어있는 눈가,
탄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며 손등....
주무시는 엄마의 몸은 무척 초췌하게 느껴졌어요.
이 더운 여름에 무얼 그리 해먹시겠다고 우리 온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장을 몇번씩이나 다녀오시고...
당신은 위하수염이 있으셔서 음식도 조금씩 밖에 못 드시면서....
태극기는 하루 종일 뜨거운 여름 햇볕을 하얗게 반사하면서 10층 베란다를 밝혀주었어요.
아마 다 엿들었겠지요...
어느 장소에서고 늘 뒷치닥거리를 맡아하는 엄마가 이젠 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푸념도 들었을테고, 오빠의 어깨 인대가 늘어나 수술을 했는데 이젠 괜찮다는 오빠의 굵직한 음성도 들었을테고,
학교 선생을 하는 언니가 동료 교사들과 평택쪽으로 현장답사를 다녀오며 고생한 이야기,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동생이 사다준 볼펜을 고르느랴 다투는 소리, 이젠 몸무게가 70여키로를 육박하는 조카들의 건장함에 다들 질러대는 탄성, 귀여운 민영이와 민지의 통아저씨 춤과 발레발표...
그리고, 다들 잠이 든 한 밤중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처가로 찾아온 내 사랑하는 소중한 남편.
남편에겐 이튿날 처가 식구들과 반나절을 즐겁게 지내는 것으로 여름 휴가가 그렇게 끝났답니다.
아버지께서는 은행돈이 풀려야 한다며 형부에게 고스톱을 치자고 하셨고, 흔쾌히 장인어른의 즐거움을 위해 3명의 사위와 오빠가 무릎을 마주 하고 앉아있는 모습은 또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요...
뭐 크게 성공하고, 돈이 많아야 행복한가요?
건강하게 생활하고 남에게 돈 꾸려 다니지 않으면서 내가 있는 곳에서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바로 제일 행복한 사람이지요.
그렇게 친정식구들을 만나 잼있게 웃고 떠들고 하는 시간은 그 어느 순간보다 빨리 지나가고 말지요.
하지만, 그런 만남이 있었기에 다시 일상에서 되돌아와 그분들에게 잘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다른 형제들에게 처지지 않는 삶을 갖기 위해 또 희망을 닻을 올릴 수 있는거겠지요.
여러분은 오늘 행복하셨나요?
슬픈 마음에 우울하고 지쳐계셨나요?
힘들고 지친 하루 였다면 이제 푸욱 잘 주무세요.
내일은 또 밝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깐 말이예요.
밤이 늦었어요.
늘 늦게서야 글을 쓰기 때문에 잘 주무시란 인사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