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티브이를 통해 장국영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스타도 아닌 ,그저 이웃나라의 스타가 자살한 사건이
무어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내게는
그냥 무덤덤히 지나칠 수만은 없는 슬픈 상념이 있다...
새해가 시작되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뜻하지 않는 큰 오빠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세상 모든일이란게 다 그렇듯이,이름하여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모든
크고 작은 사건들은 항상 나와는 무관한 일들 처럼 느껴진다.
이를테면 자살이라든가 가출 뭐 이런 사건들등등...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문 한켠에 흔적도 없이 올라왔다 사라지는
타인들의 자살소식을 접하면서 '참 어리석기도 하지...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악착같이 살아내겠다...'뭐 이정도의 냉소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데 큰오빠가 자살하다니...그것도 세상에서 성공한
몇안되는 사람중 한사람인 오빠가 자살을 하다니...나는 도저히
오빠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자살이란 그저 생에 실패한 ,낙오자들이 스스로의 삶의 무게를 감당치
못해 마지막 택하는 가장 못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온 나에게
큰오빠의 자살 소식은 엄청난 혼란과 충격과 당혹을 안겨 주었다.
'왜 그랬을까...왜 그랬을까...' 당사자가 아니면 도저히 풀지 못할
이 의혹을 갖고서 나는 지난 두 달 내내 시린가슴을 안고 지내야만
했다.
오빠는 어릴때 부터 수재소리를 듣고 자란 모범생이었다.
인품이며 성격이며 무엇하나 나무랄대가 없어서 온 집안의 자랑거리
로 성장 해 나갔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오빠는 대한 민국에서 제일 똑똑한 수재들만
간다는 대학교에 입학했고 어려운 의학 박사학위까지 따내 의사로서
무척 안정되고 여유로운 중년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오빠가 자살을 했단다...그것도 추운 겨울 ,산속에서 나무에
목이 메인채로....
자살이유는 딸에 대한 죄책감이었단다.
오빠에게는 슬하에 딸하나와 아들하나가 있었는데 장녀인 조카에게
거는 오빠의 기대가 대단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아빠들이 다
그렇듯이 오빠는 큰딸을 몹시도 사랑했고 챙겼다고 한다.
조카는 공부도 무척 잘해 오빠의 자랑거리자 자부심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런데 작년에 시험을 그런데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부득부득
고집을 부려 조카를 기어이 그 높은 서울대 의대에 원서를 넣고야
말았다. 아마도 오빠는 ...딸아이를 자신의 뒤를 잇는 의사로 키우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로 낙방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진 결과에 조카는 당연히 아버지를
원망했고 오빠는 딸아이 원하는대로 원서를 넣어 주지 못한 죄책감에
많이 괴로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년후, 재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시험을 만족히
보질 못해 지난해 보다 오히려 낮은 학교에 원서를 넣게 되었다.
조카는 아빠를 원망하다 못해 증오지경까지 이르러 아빠와 밥 먹는것
조차 거부했다고 한다.
자식의 일탈된 행동을 보면서 오빠의 죄책감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오빠는 자신이 어쩌면 딸의 인생을 망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괴로워 했다고 한다.
오빠가 자살을 한 날은 ,조카의 원서를 내고 부산으로 내려 온
그 날이었다. 기찻간에서 쓰여 진듯한 유서는 내용의 대부분이 딸아
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딸을 사랑했으면 ...얼마나 딸아이에게 미안했으면....
그 추운날 산으로 들어가서 나무에 목을 메고 죽을 생각을 다 했을까
.....
오빠의 죽음을 접하고 내가 가장 가슴이 아팠던건...오빠가 죽을 결심
을 하고 그 어두운 밤 산속으로 걸어 갈때 얼마나 춥고 쓸쓸했을까하
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빠가 죽을 결심을 하고 결행하려 산속을
찾아 들어 갈때 오빠의 그 회한과 눈물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메여 와 말을 할 수가 없다.
오빠의 장례는 유언대로 화장되어 납골당에 안치되어 졌다.
납골당에 한번쯤 가 본 사람이라면 ...유골이 봉해져 있는 대리석의
그 차디참으로 인한 헛헛함에 가슴이 미어져 옴을 느껴 봤을 것이다.
납골당에 들어 가서 내가 제일 먼저 느낀것은 마치 한약방의 약장
서랍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어쩜 그리도 칸칸이 인색하게
나열되어 있던지....
인생이 덧없음을 ...그 서랍 한켠에 각인되는것을...나는 그동안
무슨 욕심이 그렇게도 많아 또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나...하는
내 근원적 존재이유에 대한 자괴감까지 생겼다...
한켠 서랍에 안치된 오빠의 유골을 보면서 인생이 그렇게 허허로울
수가 없었다.
우리보다 인생을 앞서 간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얘길한다.
'인생은 거기서 거기까지라고...'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우리가 이 한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떻게 사는것이 과연 사람답게 사는 삶일까...
솔직히 나는 아직도 그 해답을 정확히 찾지 못하겠다...
우리인생의 여정이란...언제나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