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여보세요...나야...* * 아빠..
어제...어제는 집에 들어올줄 알았어..'
'........'
'어제..나 ...암...조직검사 결과 ..나오는 날인건 알았어?'
'나..바빠..지금 회사야...'
'내가...걱정도 안돼..? 어젠 들어왔어야 하는거 아니야..?'
'아 진짜 짜증나네...아 유방암이 뭐 그리 대단하다구 난리야?
아, 암걸리면 가슴 짤라내면 될꺼 아니야..?'
딸깍...
아..그렇구나...암 걸리면 가슴 잘라내면 되는거였지.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걸 왜 내가 그생각을 못했지..?
눈물도..내겐 사치였던 시간들이었다.
연애시절..알아봤어야 하는 그의 EQ 부족 상태...
아버지의 여자들이 바뀔때마다 받았을 그의 상처와
아버지의 잔인한 구타들...
나는 그에게 느꼈던 연민과 동정이 ....사랑인줄만 알았었다.
그래서...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잘 하면'행복한 가정쯤이야
저절로 날아들어오는줄만 알았었다..
일주일에 4~5일은 아이와 둘이 잠이 들었다.
화장기없는 내 얼굴이 싫대서 곱게 화장하고,
차려놓은 저녁상앞에서 새벽 3시,4시까지 기다리다가
데우다 데우다 짜서 버려야 했던 된장찌게...
'이혼하세요'
'..............선생님..
전 그말을 듣고 싶어 ...여기 오는게 아닙니다..전...'
'* * * 씨 ! 잘 들으세요.
이혼하세요...살고 싶으면..이혼하세요....'
우울증으로 몇개월째 다니던 신경정신과에서
심리검산가 뭔가...시험답안같은 종이에 한참 체크를 하고
일주일 뒤에 오라더니...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차갑게 내 뱉는다..
이 혼 하 세 요...
툭....
마지막 부여잡고 있던 끈 하나가...떨어지는것을 가슴 저 밑에서부터
느낀다..
이혼하세요..
이혼하세요..
살고 싶으면..이혼하세요..
삐리리...
'여보세요..'
'* * 니? 나야....* * 이......'
'어...잘 지내니..?'
'야...딴 말 말고..너 이혼해라...'
'???? ....왜..그래..?'
' 니 남편...새벽에 나 찾아왔더라...내 참 기가막혀서...'
' .............무슨 소리야..?'
'무슨소리는...? 참 내...너 어쩌다 그런새끼랑 결혼을 했니..?
새벽에 우리집 와서...사랑한다 하더라...결혼전부터
나만을 사랑했다더라...* * 엄만 사랑안했다더라..
그새끼 똘아이 아니니..? 같이 자자고 하더라..'
결혼식때..부케를 받은 친구다..
참 이쁘고...화려하면서 단정한...아주 소중한 오랜 벗이다.
여자가봐도 이쁜 ..그런 여자다..
이제 내 가슴엔 더 떨어질 끈같은건 남아있지도 않다..
어머니..죄송해요..
저 이혼하겠습니다.
아이 제가 키웁니다..
잘 살지 못해 죄송합니다..
얘...아가...아가...
저 녀석이 아무래도 사탄이 씌었지 싶다..
저 녀석이 그럴 애가 아닌데..너도 알지않니...
아가..우리...우리 말이다..
우리 셋이 살면 안될까..
너랑 나랑...** 이랑..셋이 시골 내려가서 살자...응?
너는 그렇다치고 에미자식 있는데 설마 저녀석이 생활비 안주겠니?
우리 기도하자..기도하면서 기다리자..
어머니..
저 못해요.아니..안 해요..
제가 어머니 딸이라면...기다리라 하실래요?
몇년이 될지 모르는 세월들...가슴에 한 안고서...
기다려라 말씀하실수 있으세요?
전 안해요...안합니다...
제 청춘..제 젊음은 어떡하구요?
어디가서 보상받아요? 전 안 기다려요..
다시는 안 기다려요...이정도 했음 저도 다 했어요..
다 내 탓이다..
그 때 내가 거두기만 했어도..
그러나 난 맞는게 너무 힘들었다.
그 많은 아이들을...그 시절 여자혼자 거두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게 다 지 애비 탓 아니겠니..
법원에는 수많은 부부(?)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번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표정의 판사는 서류를 훑어보면서
질문을 한다..
'이혼 사유는?'
'....한두마디로 말할수 없습니다..'
판사는 남편을 쳐다본다
'이혼 사유는?'
'네..서로 가치관도 너무 안 맞고....'
'아이가 있는데도 이혼을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이미 판사의 목소리는 남편을 향한 질타로 바뀌고 있다.
아마 내가 고이고이 아이를 안고 있었던 자세에서
이미 남자의 잘못이라 단정지은것 같은 표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결혼을 했다고해서 왜 한여자랑만 자야하는지
왜 가정에만 충실해야 하는지 너무 불합리하다고..
외도가 싫으면 너도..밖에서 나가서 다른 남자랑 즐기라고..
애는 놀이방 맡기고..한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고..
내가 눈감아 줄꺼라고..너그럽게(?) 얘기하던 남자..
이제 그가 원하는 자유를 얻었으니..
휘파람이 나올만도 할것이다..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자유로울까...
나만 없으면 행복할꺼라고..
재수없는 마누라만 없으면 승진도 척척....출세도 척척할텐데
그게 사랑인줄 알고 결혼했지만..
이건 아니다..라고..하던 사람이니까..
휘파람이 나올만도 하겠지..
그로부터 한달간 나는 짐을 쌌다..
한 달..
남편의 짐...그리고 나와 내 딸의 짐....
고르고 골라서 좋은것을 남편을 주었다.
울 아이가 아기때 쓰던 이불솜을 신혼때 쓰던 이불과 함께
솜틀집에 맡겼다..
섞어서 같은 걸로 두개를 만들었다.
'이거..* * 이 숨결이 묻은 이불이야..
여기서 자면서..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길 바래'
구두가 여섯켤레..
양복이 여섯 벌..
드라이 클리닝..구두 굽 수선....
튿어진 넥타이는 꿰매고...그렇게 그렇게 짐을 쌌다..
당신..
밖에서 ..나만한 여자 ...찾을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당신에게 했던것 만큼은..아니 그 이상은
대접해줄 여자 만나...
당신이 행복해야...우리 아이가 행복해...
4년 6개월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나만은 행복할거라고 큰소리쳤던
부끄러운 오만은
그렇게...막이 내려졌다..
이제...병명도 모르면서 산부인과 의자에 다리벌리고 누워서
치료를 받고...
'엄마..이상한 병 아니니..부부싸움 하지 마세요.. 부인들에게 흔히 걸리는 간단한 병입니다...괜히 남편한테가서
바가지 긁지 마세요'하는
같은 남자끼리의 변명 같은거 안들어도 되겠구나..
가재는 게편이라 했든가..
어느날 아이가 아파 급히 찾은 보험카드는 이틀 후
남편의 소지품에서 나왔다.
** 비뇨기과...
아파 죽어도 병원에 안 다니던 남자가 스스로 병원을 다녔다.
그것도 나 몰래..
후후..
나는 그것도 모르고...의사말대로...'별거 아닌병'으로
가볍게(?) 치료만 받고 있었던 거였다..
후후..
다시는 그런 치료 안 받아도 되겠구나.
다시는 남편의 속옷을 걸레와 함께 세탁하는 유치한 복수심
없어도 살겠구나..
그렇게 나는 ...세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