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다.학교 다닐때는 별로 친하게 지내
지 않았지만 졸업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장소가 어
디였나 하면 운전면허 시험 보던 곳이였다. 필기시험은 한번에
통과 했어도 기능시험에서 이미 두차례 떨어진 경력이 있던 나로
서는 이번에는 꼭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뒷줄에 앉아 있었다.팔십육년도
였다.오랫만에 만났지만 그녀의 윤곽이 뚜렸하고 잘생긴 얼굴은
금방 알아 볼수 있었다.나는 자리를 옮겨 그녀 옆으로 갔다.그녀
도 이미 두어번 떨어진 모양이었다.우리는 시험이 끝나면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순서는 내가 빨라 먼저 시험을 보았다.시간초
과로 떨어진 일도 있어서 내 딴엔 최선을 다해서 시험에 응했다
그리고 합격이였다.나는 그녀 차례를 기다렸으나 그녀는 불합격
이라는 방송을 들어야했다.점심을 같이 먹기로한 그녀는 쏜살같
이 사라졌다.운전면허 시험이 뭐길래 저렇게 도망치는지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 생각하면 생각지도 않은 동창생을 만나고 또 떨어
진 모습을 보여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나 이해도 갔다.만약 나
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같이 점심을 먹고 헤여졌을것이
다.그러나 그후 몇년뒤에 모임을 했는데 그녀가 우리모임에 들어
오게 되었다.성격은 남자같은데 의외로 소심해서 커피를 먹거나
주위가 조금만 소란해도 잠도 이룰수 없다고 이야기 하는것을 들
었다.전혀 생각지도 않은 돌출행동을 해서 다른 친구들이 마이너
스 매너라고 말을 할때도 있지만 그녀는 생활력 강하고 반찬 솜
씨가 좋아서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살림 알뜰히 한
다고 칭찬을 한다.사람은 누구나 양면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곳에
중점을 두는가는 그 사람의 취향인지 모르겠다.그러나 때로는 아
무 생각없이 장소도 가리지 않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 어느때는
부끄러운적도 없지않아 있었다.그렇지만 그녀는 욕심이 많은만큼
남편을 위해 한때는 선배가 하는 식당일을 했다고도 하는데 우리
들 한테는 일절 말을 하지않았다.다른 친구를 통해서 들은 이야
기다.남편이 뒤늦게 박사학위를 받고 온가족이 사진을 찍어 거실
에 걸어 놓았다.억척스러운 그녀가 증권을 조금 시작 했는데 말
이 없는것을 보니 꽤나 속을 끓이고 있는것 같았다.친구에게서
좋은점은 배우고 다른점은 이해 하면서 지내고 있다.사람은 정말
이상한점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마음을 바꾸면 그만큼 시야가 넓
어 지는지 처음에 정이 가지 않다가 내 마음을 먼저 열자고 생각
했더니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였다.언젠가 어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데 물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니까 사귀
는 사람도 잘 사귀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지만 동창은 영원히 동
창 일 뿐이다.동창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선별은 있을수 없다고
생각 한다.물론 만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동창 관계를
부인할수도 없는것이다.나 자신도 헛점이 많은지라 되도록이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 한다.그녀의 강한 생
활력을 높이 사고 싶지만 다른 면은 눈감고 지내고 싶다.남이 살
아가는 방식을 이렇쿵 저렇쿵 따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