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지요
3월에 막 대학에 입학한 늙은 일학년짜리 내 신랑,
책가방 들고 학교 가서 오전 수업 받고
장가가는 날이라고 이발소에서 머리 깎고
결혼 예식 올리러 교회 왔어요
신혼 여행지는 그냥 자기에게 맡기라고 해서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순진한 마음에 턱 믿고 맡겼지요
예식 끝나 한복으로 갈아입고
엄마랑 새 언니가 행여나 빠진 것 없나
보고 또 보며 요것 조것 챙겨 준
커다란 여행가방 들고
"이제 신혼 여행 가자" 했더니
"여행은 무슨 여행? 내일이 주일인데 본 교회에서
예배를 봐야지, 가긴 어딜 가?
집으로 가지"
아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청천 벽력인가
망연자실, 얼굴이 하얗게 변해 까무라치기 직전인 신부를 보고
시누이가 신랑에게 한 마디 하데요
"너 그러는 거 아니야
오늘은 어디서든지 밖에서 하루 밤이라도 자고 와야 해"
그리곤 우리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덜렁
갖다 놓곤 휙 가버렸어요
둘러보니 차비도 제일 싸고 출발 시간도 거의 다 된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의 옛 이름)행 버스가 있어
얼결에 집어탔지요
제 기억으로 차비가 이 백 사십 원인가 했던 거 같습니다
자연 농원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고 입장도 안 시켜주고
농원 문 앞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여관에서 짐을 풀었어요
대강 씻고 이층에 있는 다방에 올라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신혼여행은 신랑이 다 준비해서 나도 어딘지 모른다는 말에
엄마도 신혼 여행지를 무척 궁금해 하고 계셨거던요
"엄마, 여긴 강릉이야
비행기 타고 강릉 왔어
잘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
교활한 이 거짓말은
우리의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하셨던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고 싶었던
효심(? - 혀 깨물고 죽겠다는 엄마의 반대도 무시하고 결혼해놓곤)
지극히 담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어느 덧 깜깜한 밤이 되니
갑자기 엄마 생각, 오빠들 생각, 하나 있는 동생 생각까지
물밀 듯 가슴에 솟구치며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거예요
"엄마 보고싶어 엉엉
오빠 보고싶어 엉엉
내 동생 보고싶어 엉엉"
고집스럽게 계속 울어대자
울지 마, 울지 마, 달래다 지친 신랑은
피곤에 지쳤는지 저 혼자 쿨쿨 골아 떨어 졌는데
창문 열고 울다가 ,달을 보며 울다가
엄마 엄마 부르며 울다 울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훌쩍 넘었데요
울다가 지친 저도 눈탱이가 밤탱이 되어서
그냥 잤지요 뭐
엄마 떨어지면 죽을 것 같던
철부지 신부의 참 거지같은 첫 날밤이였습니다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이 되자
예배에 늦을 새라 서울로 달려와
어제 오후에 결혼식 올린 그 교회로 왔다는
25년전
웃기는 첫 날밤의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