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바람이 좀 차다...
딸아이 혼자누워 있는 거실이
넘 넓어보이고..좀 서늘한 느낌이다..
보일러를 좀 돌려두고.
이렇게 계절이 바뀌어 가는
이맘때면 늘 찾아드는 반갑지도 않은 손님.
목이 따끔거리는걸 보니..또 왔나보다.
이런 하찮은 감기조차도
그저 대수롭게 넘겨지지가 않는다.
괜시리 더 아파야 할것만같고..
더 소리내어 기침도 해야할 것만 같은건.
어제 아침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구 싶지가 않아서..외면해 버렸는데.
결국은 또..
이런건 왜..그리 잘 맞아떨어지는지..
웃음이 난다.
전화가 올때가 되었는데..하는 맘에
더기다려 볼까하는 마음보다 ..
먼저앞서 손가락은 다이얼을 누르고...
왠일? 금방 받더니만..
한잔 할거라구..밥먼저 먹지...알았다//
수화기를 내려놓기도 전에 이미
후회를 하고 만다.
바보같다..왜 이럴까?
아이의 학습지를 건성으로 들여다 봐주고
억지로 몇숟갈뜬다..
목구멍에서 자꾸만 메이는데도
열심히 밀어 넣어본다..
딸아이가 그런 내모습을 빤히 쳐다보구 앉았다.
눈물이 핑 돈다..
아직도 남았던가..쏟아도 쏟아도..아직도..
언제쯤 메말라 버릴지..
그때쯤이면 이런 내 모습도 끝이 보일런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뭔가 할얘기가 있는듯..아래위로 치켜 떠 보기도 한다.
왜../ 엄마,울지마../응? 안울어../요기,눈에 눈물이 달랑달랑
하는데../아닌데?..
엄마가 서러워서 한바탕 울어 댈때면..
같이 울어 버리기도 하련만.
어찌된 건지...지금껏..
내가 운다고 따라서 우는걸 못본것 같다.
어찌 내맘을 알고서 그러는지.
이런저런 얘길 가득 써서
멜을 보내려다..
그냥 지워버리고 말았다.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싶다.
그냥 무시해 버릴텐데...
전형적인 그런 부류에 속하는 말투며..
행동이며...정말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알수가 없다.
지난 겨울이었으니..
계절이 두번 바뀌는셈인가...
가계부를 밀쳐놓은지도 8개월째..
돈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맘이 안가는걸...
신경쓰고 싶지두 않고..
육아일기겸 일기를 썼던것도 거의 8개월 밀렸지..
싫다...그런게 왜 필요했나 싶다.
성격상 일원이라도 틀리면 잠도 못잘 정도 인데..
내가 어쩌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한 ..
그 어떠한 계획도 없다.
다만 오늘을 살다 갈 뿐..
내일도 당연히 없겠지?
말했었다..
눈에 뵈는것만 믿을거라구..
그래..
이것보다 더 확실한게 어디 있을까?
그치만 ..
난 얘기 할수가 없다..
내가 얘기하는 그순간이면..
우린 모든게 다 끝이 나는 그날임을 알기에..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지..나도 모른다..
벌써 몇번이구 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러질 못했는지..
아직도 기대하고 있음인가?
아직도 사랑이라구 믿고 싶은 마음인가?
아님..더 뭐가 있을까?
최후의 순간이 되겠지...그날은..
어쩐지 오래지 않아서 올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