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었어라.
두달에 한번도 아니고 일년에 한번도 아니고
한달에 한번 있는 저녁모임이 있는 날이어라.
말인즉슨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가한 밥을 먹고 치우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밥이지만 내가 직접 하지 않고 얻어먹는 기분으로
나를 만족시키는 야릇한 쾌감 때문인지 모른다.
언제 한번은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칼질하고 분위기 잡으러 갔다가
분위기에 취하기 전에 비싼 밥값 때문에 밥맛도 모르고
그저 맛있는 척 하다 섹소폰 연주만 감상 하고 온 이후로
이제는 퍼질러 앉아 먹어도 마음 편하고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는 대한민국 40대 표준 아줌마가 되고 말았다.
아니 표준 이하인지도 모르겠다.아무려면 어때~~^^*
이야기는 다시 오늘로 돌아간다.
저녁 6시에 모이자는 약속대로 모 은행앞에서 만나서
아구찜으로 유명하다는 집으로 재촉한다.
늦으면 표딱지 들고 기다려야 된다는데 그 짓은 못하지..
여섯명이 청하 한 병을 다 못 비운다.
얼큰한 아구찜에 밥까지 볶아먹고 나니 배가 남산 중간 허리만큼
불러오니 평소에 잔뜩 낀 중부전선에 회색빛 구름이 더 짙게 드리운다.
오늘까지만 배불리 먹고 내일부터 식사조절 하겠다고 이구동성이다.
감춰진 뱃살을 누가 알리오.
이 부른 배를 꺼트리기에는 노래방이 제격이라고
참나원..기껏 먹고 불려놓은 배를 노래방가서 끄자고 하다니...
그러고 보니 작년 언제 가보고 가 보지 않았네 그려.
단란주점을 몇 군데 지나치고 순전히 노래연습장이라고 되어있는
간판 앞에서 머뭇거리다 파랑새 날개짓에 노래방 입장하다.
넓은 방을 안내하는데 그다지 필요치 않는 방이라
아담하고 적당한 방으로 골라 잡고 음악챠트를 열심히
뒤적거려 보건만, 적당한 노래를 찾지 못한다.
오늘도 레파토리는 '애정의 조건'이 일차로 뽑히고 만다.
사천만의 애창곡이라는'남행열차'를 부른 엄마를 이어
'사랑의 트위스트'를 고른 엄마의 음은 완전히 이미자님의
'기러기 아빠'풍으로 흐느적 거렸으니 이건 완전히 극과 극이다.
무슨 노래를 불러도 스타일은 트롯트풍이니 몸도 음악도
트롯이 되어서 그 박자가 그 박자요, 그 몸짓이 그 몸짓이니
우리에게 음악 장르는 필요치 않았다.
조금만 빠른 노래가 나오면 박자따로 음따로 놀고
몸과 일치 되지 않은 동작이지만 그것도 흔들림이라고
먹었던 아구찜은 어느새 위를 거쳐 다른 곳으로 옮겨갔는지
볼록하다고 느꼈던 아랫배가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그러자 음악이 나오지 않아 몇 번이고 마지막 곡을 눌러보지만
여전히 기계는 고장난 것 처럼 먹통이다.
아~하~!!
그제서야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아채는 형광등 여섯개(?)가
동시에 깜빡거린다.
이제 그런 나이인가보다.아니,,좀 일찍 왔는지도 모르겠다.
노래 한 박자 쯤 늦으면 어때~
몸치면 어때~
요즘 노래 못하면 또 어때~?
아직도 우리에게 남은 열정이 있는데....
아직도 못다한 사랑~~~~♪
마지막 곡으로 불렀던 노래가사가 머물고 있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