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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BY ns... 2003-02-09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 낙서로 끝나고 말 때가 있었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것 같은데 죽음을 꿈꾼다....'
그랬다.
행복의 외형적인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 날 사랑한다는 남편, 공부 잘 하는 아들과 딸, 사랑이 넘치는 친정 식구들, 내게 지극히 우호적인 시집 식구들...
스스로에 대해서도 난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외모도, 지식도, 인격도 결코 남에게 지지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우울한 성격도 아니다.
오히려 잘 웃고 농담도 잘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사소한 일이 아이들이나 남편과의 커다란 싸움으로 번지고, 결국은 죽어버리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하였다.

요즈음 난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간혹 있다.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
속물이라고 은근히 경멸하던 남편도 소중하고 그가 옆에 있음이 고맙다.
예전처럼 스스로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없다.
여자 나이 사십이 되면 지식이, 오십이 되면 미모가 평준화된다고 하니 오십을 바라보는 나는 내세울 미모도 지식도 없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인격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가도 깨달은 지 오래다.
공부 잘하던 아들도 딸도 이제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다.
남의 아이들보다 더 잘나서 날 기쁘게 해 줄 것 같지는 않다.
남편도 정상을 바라보던 자리에서 맘을 접고 직장을 그만 두었다.
암이라는 병을 얻었으니 오년이 지나기 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남편의 퇴직과 함께 경제적인 앞날도 불안정하다.
말 설고 글 설은 나라에서 시작하는 이민 생활에 때로는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게 주어진 하루가 감사하고 소중하다.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