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누구나 주고 받는 평범한 인삿말이
내 핸드폰 문자에 도착했다.
"문량아, 올 해도 아름답고, 좋은 일만 가득한
복된 한 해가 되렴"
내가 갓 결혼했을 때, 우리 옆집에 살고 있던
이웃언니가 보내 준 메세지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곱으로 내가 주어도 부족할텐데
나를 생각해 준 언니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미안하다 못해 얄미워진다.
얼마 전 언니는 두번째 갑상선 암수술을 받았다.
지난 번 이곳에서 수술을 했는데
검사결과, 완치가 안 되어
큰 맘 먹고 서울에서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연말이면 이런 저런 이유로 기분이 들떠게 된다.
그런 연말 분위기를 뒤로 한 채
냉랭한 수술실에서 삶과 죽음의 몸부림을 쳤을 언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지만,
언니를 위하여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격려의 말 한마디 뿐,
정녕 아무 것도 없었다.
여동생이 없었던 언니는
지금까지 나를 친동생 대하듯 좋아하고 예쁘해 주었다.
우리 문량이 젖먹이 일 때
아기 때문에 밤에 제대로 못 잤을텐데
한 쉼 자라며 아기 봐주고,
찌게나 국, 맛있는 반찬 만들면
한접시 꼭 따로 챙겨 가져다 주고
속상한 일 있어 얘기하면 맞장구 쳐주며
내 마음을 위로해 주던 착한 언니에게
그렇게 무서운 병이 걸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삶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다지만
착하디 착한 언니에게
이렇게 큰 고통을 안겨준
신이 존재한다면 꼭 따지고 싶다.
뿌린 만큼 거두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면
쓰라린 아픔 만큼
아름다운 광영의 빛 또한 곱절
되돌려 받을 수 있기를...
네온싸인이 희미하게 감빡이는 밤하늘 사이로
별들이 내려앉은 이 시간 잠들었을
언니를 나즈막히 불러본다.
"차가운 얼음장 밑으로도
물은 쉼없이 흐르듯
고난을 따라 흐르다 보면
진흙속에 피어나는 진주처럼
언젠가 인내의 꽃이
아름다운 무지개빛으로 언니 앞에 서겠지?
그래서 서러웠던 세월만큼
모두 잊을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하는
나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언니가 잠든 밤하늘로 힘차게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