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때때옷 사다논거 미리서 입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면 된다
삽살개는 꼭 달고 다닌다. 아니 멍멍개가 좋아서 날 쫓아다닌 거지..
연날리기 팽이치기 얼음지치기..
벙어리장갑, 귀마개 꽁꽁막고 털목도리 휘날리며 해가 맞도록 달려고 놀면 된다
어른들 찌짐부치는 부뚜막에 앉아 뜨끈뜨끈한 찌짐이나 뜯어묵고
쌀박상(티밥) 집어묵고 깨강정, 콩강정 비비고 썰때 그저 옆에만 있으면
하루종일 맛난 과자 배 두들기며 실컷 묵는다
집에서 만든 한과에 붓으로 엿바르고 쌀박상에 굴려 옷입힐 때.. 움~ 그맛!
왜 그렇게도 단 것이 좋았던지.. 어른이 되어서도 이[齒] 때문에 치과에 돈 많이 갖다줬다.
뜨끈뜨끈한 구둘장에 궁둥이 지글지글 지지면서 밤새도록 떡 써는 도마머리에 앉아 떡가래 배부르게 집어먹고 할머니 구수한 이야기나 들으면서 꾸벅꾸벅 졸다가 호롱불에 머리칼도 태워묵고..
'오늘밤엔 잠자면 안댄데이~ 눈섶이 하얗게 씬데이~'
그말이 진짠줄 알고 눈가에 침을 발라 성냥개피로 눈꺼풀을 버팅겨
토끼귀 쫑긋 세우고 할머니 옛날이야기..
하고 또하고 열두번씩 듣는 저이정대롱(정의 정도령)이야기, 구렁선비이야기..
'한겨울에 처녀가 빨래터에서.. 꽁꽁 언 얼음을 깨 손등 호호 불며 빨래를 하는데 빨래방망이를 놓쳐 잡으려 가다가 방망이가 쏘옥~ 빨려들어간 구멍에 들어가게 된거야. 거기는 용왕이 사는 곳이고, 처녀는....' 이렇게 이어지는 정이정대롱 이야기..
옛날이야기엔 언제나 맘씨곱고 불쌍한 처녀가 나오고 멋진 남자를 만나 시집가서 아주 잘~ 살았단다.. 하고 끝을 맺는다.
지금 생각해도 울할매는 동네 이바구꾼이셨다.
나, 시집가서 맞는 설, 세밑에는..
자가용타고 드라이브.. 동네 남자들 시다바리(?)하며 놀았다. 개팔짜 상팔짜를 누리며..
남편이 막내로 태어난 덕분에 집에서 제사 지낼일 없고 큰집에는 설날 아침에 가서 밥먹고 설거지만 하면 되는데, 그 설거지조차 내가 어설프단 이유로 차례가 잘 돌아오지 않고, 남편의 지나친 배려는 '집사람 일 못해요. 예수 믿고 부잣집딸이 어쩌고..' (닭살) 늘 돈으로 떼우기 일쑤.. 닭살 돋아도 할수없다. 남편이 그러자는데.. (그럴땐 말 잘~듣는다)
명절 밑, 할일없는 남자(편)와 그 친구 몇이서 임진강 민물장어 매운탕이나 먹고 소주잔 기울이며 허허껄걸 거릴 때 옆에 앉아 맛있는 음식이나 묵고 내 차에 태워주면 된다.
(이짓 역시 동네서 유일하게 나만 누리는 것, 남편의 무대뽀정신 왕빽으로 따낸 기회)
체질에 좀 안맞는 일이지만 하루종일 찌짐 부치고 허리 꾸부려 일하는데 비할까..
남편은 언제나 내편, 형수들한테 인심을 잃어가면서 마눌챙기기에 비싼 세금만 갖다 바치고. 예수쟁이라 재사도 안지내고 재사음식조차 거부하니 그런거라고..
지금까지 우리집에 내려오는 세밑 풍습으로 굳어버렸다.
시댁도 귀향도 갈 일없는 지금..
오히려 명절이 그리워 재래시장도 돌아보고, 울동네 새로생긴 대형마트에 가서 산적용 고기와 나물 몇가지 사서 집에서 해 먹을 생각을 해본다.
떡국 끓여 묵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생크림 치즈케?弱?커피를 하루 쉬고 한과에 수정과를 먹어야지..
임진강 장어집에는 못가게 되었지만 북한산 비봉에 올라야지..
고향에서 쓸쓸한 명절 맞을 엄마한테 전화 걸어야지..
추억의 필름을 거꾸로 돌려돌려 오늘밤엔 밤새 글을 써야지..
`03.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