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묘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지금 제대날을 며칠 앞두고 있는 문지혁 병장에게서다
문병장은 자기 생일날 엉뚱하게 내게 선물을 보내왔다.
힐튼호텔에서 주문한 너무도 멋지게 포장된 초콜렛 상자다.
그의 생일을 알았더라면 내가 축하를 해주어야할 일인데
내가 선물을 받다니...
묘한 감동으로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저녁에 우리 부부는 23년전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부목사로 있던 교회에서 나는 고등부를 담당하고
있을때 문병장의 어머니는 중등부 교사였다.
그녀는 결혼하고 첫아기를 낳았는데 친정 어머니는
연로하셨으므로 내가 아기를 씻기기로 했다.
그때 우리는 그 교회를 사임하고 개척을 하였고
교인은 12명. 새벽기도는 단 한명을 데리고 완성되지 않은
건물에 가마니를 깔고 기도 할때였다.
그 해 1월28일은 수십년만에 강추위가 왔다고 방송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통편이 좋지 못해 버스를 타고 가서 배꼽도 안 떨어진
미끌미끌한 아기를 진땀흘리며 씻기느라 열심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생애에 새아기 씻겨달라고 부탁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기가 커서 정성스럽게 예쁜 카드에 편지와 함께
자기 생일날 달콤한 초콜렛을 보내온 것이다.
최근에 얻은 손녀딸 둘을 목욕시키면서 생각해본다.
아기를 낳아 목욕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주문인지를...그때는 미쳐 몰랐다.
가장 귀한 첫아기를 부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준 것이 그리도 귀하고 고마울 수가 있을까?
문병장은 곧 제대한다.
나는 그의 몸만 잠깐 씻겨준 것이 아니라
그의 평생 죄가 침노하지 못하도록 기도로 끝날까지
목욕을 시켜줄 영원한 기도 후원자가 되기로
마음속에 기도후원자 등록을 했다.
내 평생 처음으로 가장 달콤한 초콜렛을 먹던 날
인생의 보람! 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하나님이 나를 이 땅에 보내신 보람을 느끼시게 해드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밤 힐튼 호텔에 가서 하나님께 드릴 달콤한 초콜렛 한상자를 주문해야겠다.
문지혁병장의 편지를 공개합니다
남상순 사모님께
오늘은 제 스물 세번째 생일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여러가지로 보살펴 주시고 사랑해 주신 사모님께 이제야 늦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모님 손 위에서 울고 바둥거리던 아기가 벌써 이만큼 자라다니. 시간 참 빠르죠?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이십삼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심에 늘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주님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03. 1.21 지혁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