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아이들이 조르던 피자토스트를 해설랑
같이 한 조각 먹던 중이었다.
아직 남편 앞에서는 조심스러워하지만
아이들 앞이라 편안하게
나의 내적 갈등을 표출할 수 있었다.
뿌웅~
아니, 좀더 이쁘게
뽀옹~
그리구선 시침을 떼고
"야! 누가 지저분하게 음식 앞에두고 빵구꼈어?"
아이들이 서로 너네, 나네 하며 싸우다간
흠... 눈치를 챘다.
"엄마! 엄마가 뿡~했지?"
"야, 엄마가 무슨 뿡뿡이야? 엄마 아니야."
"에이, 거짓말하지 말고... 엄마지?"
"아니라니깐. 선녀가 방구 뀌는 거 봤어?"
"엄마가 무신 선녀야?"
"허참... 엄마가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엄만 진짜 선녀야.
있지..... 엄마가 비밀이야기 하나 해줄까?"
비밀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바짝 다가선다.
"너희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알지?
거 왜, 선녀가 목욕하는데 나뭇꾼이 날개옷을 숨겨서
선녀가 하늘나라고 못 가고 결혼하잖아.
그러다가 사슴이 애기 셋 낳을 때까지 옷 주지말랬는데
둘 낳은 다음에 날개옷 줘서 하늘로 날아가잖아.
근데 왜 셋 낳을 때까지 날개 옷 주지 말라고 했을까?"
울 아들, 양팔을 벌리면서
"애기가 둘이면 이렇게 안고 갈 수 있는데
세명이면 한꺼번에 못 데려가잖아."
"맞아. 그 이야기 속에는 애기 둘 낳고 하늘나라로
가는 걸로 나오는데 사실은 애기 셋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안 줘서 하늘 나라로 못가고 땅에 살고 있어."
이쯤에서 표정관리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속으로
'올리비아님처럼 천연덕스럽게 해야 돼!!! 흡흡!!'
스스로를 다잡고 있었다.
"그게 사실은...... 엄마야."
그런데 이제 일곱살이 되는 울 아들,
"에이~ 장난하지 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믿으려들질 않는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안돼.
더 리얼하게!
"정말이야, 엄마는 엄마가 살던 마을이랑
어릴 때 친구들이랑 다 보고 싶어. 그런데
아빠가 엄마 날개옷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 수가 없어. 이제 애기 셋 낳았는데도
안 주는 거 있지."
에휴~ 정말로 연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벼.
진짜로 힘들다. -.-;;
"그럼,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는 왜 땅에 살아?"
"응, 그건... 딸이 보고 싶어서 내려오신 거지."
"칫. 그럼 하늘 나라 얘기 해 줘 봐봐.
우리한테 하늘나라 구경시켜줘 봐봐.
장난하고 있어. 흥."
꽁시랑꽁시랑~~~
아니, 이녀석이.....
벌써 컸다고 이 에미 말이 말같지 않은겨?
하긴
내가 생각해도 말 같지 않구만.
둘째는 순진한 건지 뭔지
"그럼 로케트 타고 구경가면 되잖아.
엄마 날개옷 입고."
이거이 무신 앞뒤도 안 맞는 말인지...
그래도 어쨌든 올리비아님처럼
끝까지 밀여부쳐!
"그럼 날개옷은 어디 있는데?"
"그건 엄마도 모르지. 니가 아빠한테 살짝 물어볼래?
그럼 그거 찾아서 입고 하늘나라 구경가자.
엄마가 구경시켜 줄게."
"그럼 우리는 셋인데 어떻게 다 데려가?"
"음... 그럼 하나씩 차례로 갈까?
아님.. 은이는 아빠 좋아하니까
아빠랑 은이만 두고 가든지..."
"히히, 그러면 되겠다."
흠... 점점 나의 전술에 휘말리고 있어.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그런데 그 날개옷 아빠가 태운 거 아닐까?"
"아니야. 그럼 흔적이 있어야지. 흔적도 없잖아."
"그럼 어디에 숨겼을까? 엄마, 어디 잘 안쓰는 서랍 같은데 없어?"
"아! 알았다. 창고에 숨겨둔 거 아닐까?"
이젠 지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그럼 엄마! 엄마가 날개옷 다시 만들어라.
바늘이랑 실 갖고 만들면 되잖아."
"안돼. 그건 아무나 못 만들어.
그건 말이야, 하늘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어."
"날개옷을 뭘로 만드는데?"
"음... 그건 말이야..... 흠흠.....
별빛으로 만들어. 별빛에서 실을 뽑아서
천을 짜서 만드는 거야. 하느님이 날개옷 만드는
선녀들에게만 특별한 재주를 주시는 거야.
그건 아무나 못 만들거든. 그런 일 하는 선녀가
바로 '직녀'야. 들어봤지, 직녀?"
햐~
거짓말도 하면 는다더니
정말 그럴 듯 하다.ㅎㅎ
그래도 큰 아인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를 탐색하고 있다.
"그럼 하늘 나라에서는 뭐 먹고 살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됐어! 이제 빨리 먹기나 해!
소리를 쳤더니
"칫! 선녀는 마음씨도 착한데
엄마는 소리만 지르고 있어.
선녀도 아니야."
애 셋 낳으면 선녀되는 줄 알고
열심히 낳았건만 그것도 아무나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올리비아님의 경지까지 오르려면
아무래도 내공을 더 쌓아야 할 것 같다.
내일부터 저 찾지마세요.
계룡산으로 내공 쌓으러 갑니다. ===3=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