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해놓은 차시간을 기다리느라 앉아있는 주차장안에 반짝 반짝 빛나는 은사시나무잎새같은 여자하나 들어선다.
투명한 피부가 신선하게 눈을 쨍하게 가르며 들어왔고 작은어깨위에 얹혀진 숄은 둥굴고 따뜻해보였지만 초조한듯 한쪽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놓았다 하는 아가씨의 불안함은 감싸주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팔짱을 끼고 제자리에 서있지를 못하고 안절부절, 두리번 두리번 하는 모습을 나는 표를 끊을때부터 한시선도 놓치않고 바라보고 있었거든요.
긴생머리를 묶어내린 밍크방울이 그리 귀족스럽게 느껴지는것도 처음이였고 화장끼 없는 모습이 자꾸만 보니 유리처럼 투명하다 싶은 그녀의 나이는 아마도 스물둘, 셋.
틀림없을거예요. 그쯤이..
갑자기 아가씨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커집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나도 눈을 옮겨봅니다.
아가씨는 걸어오는 청년을 바라보다 아이..몰라..어떡해..어떡해...하면서 금새 큰눈에 눈물이 고여집니다.
다가서던 청년이 박박 깍은 머리에 한손을 올리며 고개를 숙이고 죄지은듯 아가씨앞에 서는데
"난..몰라..난..몰라.."하면서 아가씨는 청년의 품에 안겨 토닥거립니다.
청년의 눈까풀은 무겁게 아래로 떨어지고 아가씨의 두손을 잡으며
"괜찮아. 어때. 괜찮은데..나 이상해? 보기 흉해?"하면서 또다시 제 민둥머리를 큰손으로 싸앉다 아가씨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봅니다.
....................
..........................
아가씨는 청년을 올려다 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내가슴이 콩당거리기 시작하고 콧잔등이 시어집니다.괜히..)
여자는 고개를 다시 청년의 품속에 묻고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고
...
청년은 입영을 앞둔 모양인데,
그모습을 바라보던 나도 괜히 누군가 툭 치고 싶었습니다.
툭...
그도 잠시,
일어나서 나는 창가쪽으로 섰습니다.
오년후면 내아이도 저 청년처럼 될텐데.. 하니 금새 어미맘에
저 아가씨가 청년이 제대하도록 잘 기다려줄까.
청년은 군복무를 맞추고 어른이 되어 정상적인 올바른 사회인이 되어 한가정을 이루어갈수 있도록 축복받은 결혼을 할수 있을까.. 그쯤되니 그 사랑이 영원하도록 걱정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만 그모습을 바라보는게 아니고 차를 기다리느라
대합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어떤 그리움과 애틋한 연민을 모아 모두 그 젊은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내 시선은 착각이였을까요.
버스에 오르면서 뒤돌아본 그때 두그루의 은사시나무가 대합실에서 반짝거리며 투명한 잎새를 흔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