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으로 시작된 새해가 어느새 1월의 중반에 와 있다.
이번달에도 어김없이 직원들의 월급을 계산하는 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로 그 첫달을 보낸다.
봉급 인상분도 참작하여야 하고, 수당도 챙겨야 하고,
연말정산을 마친 후 세금정산도 해야 한다.
급여업무를 담당하기 전에는 월급날이 마냥 기다려 지더니만,
내가 직접 그 일을 해 보니 이젠 월급날만 다가 오면 초조하고,
시간 맞추어 무슨일을 해 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바쁘게 사는 만치 잡념이 들 새가 없다.
지나칠 만치 단순하게 살아지는 하루 하루...
하지만 최선을 다해 몰입하여 해 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나름대로는 만족스럽다.
월급날에 우리 직원들의 마음이 뿌듯해질 것을 생각하면
지치고 피곤한 하루 하루의 일상을 마냥 불평만 하게 되지는 않는다.
컴퓨터 화면에 뜬 나의 이름 석자 그리고 나이만큼의 두께로 올라가 있는 호봉
그리고 지금되는 숫자들을 가만히 바라 보다 보면서
나는 과연 지난 한달동안 저만큼의 값어치를 하며 살았던가
작은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어떤 자리에서 어떠한 일이 내게 주어지든 꼭 필요한 필수요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싶은 욕심에 나는 때때로 밤잠을 설칠때도 있다.
업무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고 귀가한 날에는
집에 와서도 내내 그 생각 뿐이다.
아마 이런 것을 두고 직업병이라고 하는 가 보다.
새해 새 다짐으로 한해의 첫출발을 한 1월 ...
그래도 이번달은 월급이 제법 두툼하다.
돈을 위해서 살아지는 인생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때로는 돈으로 사람의 마음이 표현되어지는 세상에서
돈이 사람노릇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 탓인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이들 아빠가 하는 일이 겨울철엔 비수기이다.
이럴때 남편에게 목소리 높여 아내의 가치를 운운하는
우스개 소리를 하는 내 모습이 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이럴 수 있는 지금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받아 들이는 마음가짐으로
나의 날들을 가꿔가는 2003년이 되어야지 ...
오늘이 며칠인가 문득 달력을 들여다 보면서
새해 새 다짐이 식지는 않았는지 가만히 꺼내어 본다.
가끔씩은 나의 하루를 뒤돌아 보는 시간으로 채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은 아닐까?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삶속에서 주위까지 휘휘 둘러볼줄 아는 여유로움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껏 살아왔던 날 보다 더 많이 아끼고 절약하여
누군가에게 마음을 베풀며 살아지는 날들을 고대하며
난 오늘도 마음속으로는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넓게 쓰는 날들로 내게 주어진 하루를 채워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