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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52) 자식이 뭔지...


BY 남상순 2003-01-14

어제는 대치동에 새집을 장만한 동생을 방문했다.
리모델링의 진수를 보는 기분이었다.
헌집을 새집으로 만들었고 가재도구도 옛것은 없었다.

결혼 11년만에 부모 도움없이 46평 집을 장만한 동생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촌수가 모자라서 그런지
배가 왜 안 아플까?" 하면서 축하해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초등 3학년, 2학년 남매가
학원을 다섯개 다니고 있으며
방학동안에 한곳에 더 다니겠다고 조르고 있었다.

사교육비가 월1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테레비에서 뉴스에 보던 것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설마...했었는데 사실이었다.
인천에 와서 가까운 사람에게 오늘 아침 또 들었다.
일곱군데 학원을 다니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어린나무에게 다양한 경험과 자신감으로
그 싹을 티워주려는 노력과 열정을 막을 재간이 없다.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 갈등이 시작되고
대학에 들어가는것이 인생최대의 목적이나 되는 것처럼
온가족이 긴장하는 고3증후군을 고통하며 밝힌다.

대학이라고 들어가면 결혼. 군대. 취직 쉴새없이 당연하고도
무거운 주제들이 그들의 인생에 가로놓인다.
부모는 초조하게 애태우며 성숙해가는 아이들 곁에서
덩달아 허덕인다.

"이제 짝만 맞춰주면 숙제는 끝이다." 라고
내심 단단히 마음먹고 버티며 드디어 짝지어 가정을 이룬다.

그런데...어르신들은 "이제부터다" 라고 말씀하신다.
이제부터 또 다른 인생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아기 낳고 손주 봐주고 그리고 늘어난 식구들 하나 하나가
또 다른 염려와 관심의 범위 속에 들어온다.

사위, 며느리, 손주에 이르기까지 감기만 걸려도,
저희들 부부싸움만해도, 직장문제, 먹고 사는 문제,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문제들이 산적하여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가지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이 없어진다.
몸은 더 고달프고 마음의 번뇌는 갑절로 늘어난다.

물론 새식구들이 생겨서 든든하고, 짝꿍들이 자랑스럽고,
손주들 재롱에 혼미해지는 등의 자릿한 감동들이
살맛을 더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식! 눈에 흙 들어갈 때까지 애물단지라고 했던가?
자식농사가 인생농사라 했던가?

노후대책으로 자식 잘 키우는 시대는 물론 아니다.
이 시대에 누가 자식 덕을 볼려고 기대한다던가?
그저 목표를 가지고 건실하게 자기들의 인생을
살아주면 효도가 되는 것을...!

풍요로워 타락할쎄라
찌들어서 범죄할세라
자나깨나 부모에겐 무거운 짐이 되는 자식들!

이 등짐을 벗는 날은 가볍게 천국으로 이사가는 날일테지.
나도 내 부모의 짐 벗겨 드리던 날 애통하며 울었으나.
이제 내 짐 벗는 날 나는 웃게 될려나?
나무에 불던 바람도 잠잠해 질 그날에......자식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