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국 이십오년을 의지해 오던 집을 팔기로 계약했다
나의 시부모님과 남편이 평생에 한번 손수 지으신 집을.
나의 가족이 오랜 시간 몸을 의지해 오던 집.
우리의 청춘이 이안에서 길게 흐르던 집.
아이들이 말 뛰듯하며 윗층 아래층을 누비던 집.
그래서 우리 모두의 잔뼈가 굵게 자라게 한 집.
얼마간의 물질적인 여유를 쌓을수 있게 가족을 보호 해주던 집.
친정을 떠나 온 후에 느끼는 첫번째 큰 변화.....
나는 결혼 후에 이사를 다녀 보질 못했다
결혼과 동시에 살림을 차린 곳이기도 했다
출퇴근의 불편을 덜려고 한때에는 남편이 경영 하는 약국건물에서
딴 살림을 하고 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집에 드나들었고
시부모님의 집사랑이 크셔서 이 집을 떠날 생각을 해보지를 못했다
시어머님이 세상을 달리 하시면서 혼자 되신 아버님을 모셔야 해서
다시 집으로 들어온 후 이제 십일년을 꽉 채우도록 살았다
마당의 정원과 집안의 모든것이 손질을 받아 새집처럼 꾸며진지
삼년 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도 새 집인양 좋기만하다
우리 아이들의 아쉬움이 나 못지 않아서 나를 더 쓸쓸하게 한다
마치 가족의 추억 마져 함께 얹어 파는 듯한 아픈 마음이다
그러나 어쩌랴
혼자 된 후에 이집을 관리 하는것이 벅차기만 하니.............
이제 앞으로 어느 곳에서 남은 삶동안 몸을 의지하고 지낼지도 심각하다
그래도 이제껏 살아온 삶의 기반이 이곳인데... 아들들의 의견을 따라
서울로 옮겨야 할지....살아 보지 못한 아파트로 가야하는것도 생소하고
불안하다
인생의 다음장을 여는 기로 인것만은 틀림이 없다
큰일을 주장하던 남편이 없다는 것이 정말 허전하다
어디로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