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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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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밥


BY 밥푸는여자 2003-01-10



   귓 속에 잉잉거리는 삿대질 소리에 내 마음이 놀라 어지럼증에
   그자리에 그만 주저앉았습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고
   염려스럽게 부축이는 나보다 키가 훨씬 큰 학생을 보며 어쩌면
   이 큰 아이가 나보다 마음 키가 훨씬 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사람,  키 만큼 마음 키가 
   크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이지요.   우웩거리며 생각했습니다.
   힘들게 맺힌 눈물도 토하기 힘들어서요 이 어지럼도 혼란스러운
   머리 때문이지 몸 때문은 아닐꺼라 생각했습니다. 목구멍이 아프
   도록 노오란 물까지 토해내도 시원치 않은 생각이라 말입니다. 

   책상 밑으로 무릎을 꿇고 턱을 책상에 고이고 멀뚱하니 있으니 
   보이는 것은 책상위에 뒹구는 지우개밥입니다. 사실이 아닌것 
   잘못 된 것을 지운 지우개 밥이 말이지요.  재밌는것은 지우개
   밥이 수두룩한데 그 아이들 답은 여전히 틀렸다는 것입니다. 
   참 재밌지요... 틀려서 지운 것인데 또 틀렸어요 학생은 맞았을
   꺼라는 안도감에 히..   하고 웃더라구요. 
 
   살아오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삶의 지우개를 사용했을까요 
   정작 맞은 것은 틀렸다 지워대고 틀린 답 다시 지워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틀린 답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마음의 책꽂이에
   꼽힌 생각들 마음의 책상위에 꺼뭇꺼뭇 뒹구는 삶의 지우개 밥들... 

   헌데 말입니다. 
   내 가르치는 문제는 정답지가 내 손에 있다는거 아닙니까.. 
   때론 가르치는 나도 몰라 정답지 살펴보면 
   아... 하고 과정이 금새 떠오른다는거 아닙니까... 

   헌데 말입니다. 
   삶의 방정식에는 답안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대의 책 어디에선가 그대가 그랬던가요.. 
   신은 만물 속에 있는 생명력이며 
   신은 만물 속에 깃든 예지 어린 지혜라며..
   신의 마음이 움직여 질서를 낳고 그것이 법칙으로 나타난다고.. 
   우리가 하고있는 일을 남김없이 알고 계시지만 우리를 벌 하지 않는다고..

   어쩌면 우리 마음에 양심의 법칙이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심판을 내리겠지요. 그분의 이름 더럽히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우리의 삶들이 그 분이 인도하시는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바보스런 나는 허공에 눈짓 마음짓 다해가며 하루를 
   접습니다. 그래도 깨닫지 못해 놓쳐지는 지혜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분의 지혜로움의 작은 가지
   라도 속마음에 두고 싶은 마음에 빈 하늘을 보며 허덕였습니다. 
   내 마음의 눈이 어두워서 다른 길로 가지 않길 바라며 말입니다. 

   더 더욱 오늘 같은 날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