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후덥지근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집안 구석 구석을 청소하고
이제 좀 쉴라치니 걸려오는 전화.....
집근처로 이사오는 시누이였다.
가구를 보러 가자던 날인데 오전에는 그릇 짐들을 정리한단다.
쉴틈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가보니 다라마다 가득 가득 담긴 그릇들...
이 더위에 저것들을 언제 다 정리한담! 이삿짐 센터에 연락하면 될 일
이 아닌가?
어느새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내가 거기에 있었다.
대책이 없이 마구 더워지고 있다.
하지만 오후의 계획들이 또 기다리고 있었기에 노련한 손놀림으로 그
많은 그릇들을 모두 제자리를 찾아 준다.
삽시간에 그 많던 그릇들이 다 어데로 들어 가버렸담!
아이구 솜씨도 좋으셔.... 역시 나는 살림꾼....
스스로 이렇게 자위해 보며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 본다.
토요일날 오후에 둘러본 가구 매장에서 몇점 맘에 드는 가구들을 찜
해 놓고 오늘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날인데
점심 먹을새도 없이 시간은 오후 2시로 치닫고,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내리쬐는 태양도 무색케 차를 달려 청원 가구 마을까지 갔다.
이집 저집 기웃 기웃 이것 저것 골라 보는데....
원... 돈쓰기는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 지...
도대체 맘에 쏙드는 물건 찾기는 왜 그리 어려운 지....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이거다 싶어 눈에 띄어 하는 물건을 시누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거가 천만 다행이다.
둘이서 서로 다른 안목을 가졌다면 아마 며칠이 걸려도 해결이 되지
않는 대책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니까...
평소 인테리어에 대한 남들이 익히 인정해주는 감각(?)을 조금쯤은 갖
고 있었기에 그래도 결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우선 아주 묵직해서 가족들의 밥상 노릇을 충실히 하게 생긴, 어찌보
면 투박하다 싶은 앤틱풍의 식탁을 고르고...
이태리풍의 가죽쇼파를 고르다 고르다 맘에 드는 놈이 없어 그냥 원목
과 천연물소가죽이 어우러진 쇼파를 고르고....
장농과 침대는 일요일 하루 종일을 고르고도 해결이 안되어 토요일날
봐둔 곳으로 다시 가서 클래식과, 앤틱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나뭇결
이 아름다운것으로 결정을 보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고 만다.
일요일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허탈해지기도 하고 맥이 빠졌다.
하지만 어쩌랴.... 좋은일을 앞두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시는 분께
외면을 할 만큼 모질지도 못한 나인 것을...
어차피 내가 해야 할일이라면 즐기면서 해야 할 수 밖에 .....
그냥 일요일 하루 인테리어 감각 키운다 쳐야지....
그런데 내가 그 물건들을 쓸 사람도 아닌데 오늘 산 물건들은 모조리
내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다. 물론 시누이 마음에도 드니까 사게 된 것
이다.
처음 내집을 어렵사리 장만하고서, 빠듯한 예산에 맞춰 겨우 겨우
혼자서 이것 저것 장만하던 그 때의 내가 사들이던 물건하고는 차원
이 다른 물건이지만 난 얼마짜리 물건이 아닌 진정 내가 선택하고 받
아들인 혼자만의 결정을 소중히 생각한다.
어쩌면 그만치 사소한 것에서부터 독립적이고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당당했으니까....
자신에 대한 믿음의 확인이었고, 스스로 자신있게 사는 모습이었으니
까....
우린 누구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이 시간도 무던히 땀을 흘리고
있다.
주위의 누구처럼 그리 되고 싶다는 부러움 보다는 왠지 자신만이 갖
고 있는 작은 영역에서조차 아주 많은 선택의 권리를 부여받고 그리
산다.
그리고 참 돈 벌기 어렵다는 걸 살면 살수록 느낀다.
그래도 많이 벌어 좋은일도 하고 그리 살고프다.
오늘은 정말 돈 쓰기가 참 어려운 하루다.
물 먹은 솜처럼 피곤에 지친 몸으로 하루의 문을 닫기 위하여
그렇게 서 있는 시간
하지만 무언가 새롭게 다가올 우리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
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지 하는 다짐들로 뒤섞여 버린 마음때문에
쉽게 잠들 수 조차 없을 듯 했다.
살아있다는 것 ....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도 모두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시간이다.
십년 쯤 후의 나는
문득 마음을 사로잡는 아주 괜찮은 물건을 만났을때
돈이 없어서 스스로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물건을 선택하고 있는
나는 아니었으면 한다.
십년 쯤 후의 나는
문득 마음을 사로잡는 아주 괜찮은 물건을 만났을때
그것이 보기 보다 싸다고 해서 무조건 외면하는 내가
아니었으면 한다.
지금의 나는 돈 쓰기 어려운 시간 보다
돈 벌기가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을 살고 있지만 ....
나중의 나는 분명 돈을 어렵지 않게 잘 쓸 수 있는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만들어가며 벌기 어려운 돈을 열심히 벌며
아끼고, 가꾸고 아직까지 나에겐 그런게 더 어울리는 시간들일테
지....
오늘부터의 나는 좀더 아끼고, 지금의 내가 가진 것을 진정 소중히 생
각할 줄아는..... 훗날 아주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그로 인해 추해짐
이 추호도 없는 나 이고 싶다.
아무것도 몰라 무조건 비싼 물건만 고집하는 나이기도 싫고,
싸다고 무조건 사고 보는 내가 되기도 싫은
내일 모레 마흔을 바라다 보는 나는
어느 세대에 속하는지 조차도 잘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나는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기에
이제껏 당당하게 살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믿는다.
물건 몇 가지 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참 많이도 든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
살면 살 수록 풀기 어려운 문제를 대하는 학생이 되어 버린 느낌...
그런 게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일까?
나조차 모르는 나를 누가 알까마는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나 만의 색깔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건 분명한 일이다.
그리고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 가를 누구보다 많이 생가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건
그건 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