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날 사랑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싸운다.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겠다고, 내가 입고 싶은 것을 입겠다고…
남편은 자기가 먹이고 싶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은 것을 입히겠다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외식을 가서 주문 받으러 온 사람에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면 남편은 불쑥 화를 낸다.
“당신이 그러면 내가 주문할 것이 없잖아.”
“당신은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고 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되지 그게 무슨 말이야?”
“음식은 그렇게 시키는 것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시키는 것인데?”
대화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남편은 여자가 따지고 덤빈다고 말도 하기 싫단다.
숱하게 여러 번 이런 싸움을 하고 미련한 나는 깨달았다.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가족에게 먹이고 싶었는데 내가 시킨 음식은 남편 생각에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남편의 그런 사랑이 달갑지 않다.
사람에 따라 식성이 제각각 임을 모르는 남편이 외려 섭섭하다.
같이 모임에 가기로 한 날 차려 입고 나선 내게 남편은 말한다.
“옷이 그게 뭐야?”
옷장을 뒤져 그 날 모임의 성격에 가장 어울리는 옷으로 골라 입은 내게 하는 말이니 나도 화가 난다.
“그럼 뭘 입어야 하는데? 당신이 골라 봐!”
남편이 옷장을 살펴 봐도 남편의 마음에 드는 옷은 없다.
그럴 수 밖에, 남편이 좋아하는 옷은 내 취향이 아니니 그런 옷이 내 옷장에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남편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부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실컷 하고 이혼을 하기로 둘의 의견이 일치한 후에야 싸움은 끝이 난다.
그런 후에 남편은 말한다.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을 그렇게도 모르냐?”
그러면 나는 묻는다.
“사랑이 뭔데?”
.남편이 맘에 들지 않을 때 나는 종종 묻는다.
“당신 날 사랑해?”
남편은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그럼!”
나는 또 묻는다.
“사랑이 뭔데?”
남편의 대답은 항상 같다.
“몰라.”
남편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서 나는 퉁명스레 말한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사랑하냐?”
사춘기에 들어 반항하는 아이들과 싸우면서 남편에게 물었던 질문이 내게 필요한 질문임을 알았다.남편과 이혼하고 싶었던 나처럼 아이들도 내게서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들을 존중한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남편이 나를 자기 틀 속에 가두고 싶어했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을 내 틀 속에 가두고 싶어했던 것이다.
남편의 틀 속에 갇히길 거부한 나처럼, 아이들도 내 틀 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사랑이란 내 틀 속에 상대방을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님을…
어쩌면 상대를 위해 내 틀을 깰 수 밖에 없는 것임을…
그리고 상대가 내 틀 밖에 있어도 수용할 수 밖에 없음을…
참, 그리고 또 하나
싫어도 상대방의 틀 속에 머물러 있는 것도...
글의 제일 나중에 참, 하고 덧붙이는 것은 남편에게서 배운 것이다.
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잘 쓴 위문편지라고 골라서 읽어 준 글이 남편이 쓴 것이었다.
남편은 제일 끝에 참, 하고 뭔가 덧붙였는데 내겐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지금껏 기억 나는 것을 보니…
의젓하고 공부 잘하고 잘 생겼던 남편의 국민학교 6학년 때 모습이 떠오른다.
참, 귀여운 녀석이었었는데…ㅎㅎ
그 땐 몰랐었다.
정말 몰랐었다.
모범생이 가진 틀이 얼마나 견고하고 단단하고 좁은 틀인 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