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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의 오진으로 에이즈 양성을 받는 남성의 사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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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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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는 남편 그래도 미워할 수 없네


BY 베티 2000-09-09

어제도 어김없이 남편의 귀가는 늦어지고 있었다.자기를 만나려는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이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지켜보고 있다가 중간에 잔소리하면 그 다음 날 하루는 효과가 있는 듯하나 다 부질없는 일일 뿐이다.
자정이 지나고 새벽 두시도 훨씬 지나서 들어온 남편의 하는 말이
"참 이상하다,그게 어디갔지?"
이다.
무슨 말아냐고 물어도 그 말만을 되풀이했다.
그냥 누우려는 사람을 협박하여 욕실로 내몰고 생각을 해봐도 내가 무슨 수로 알겠나.
핸드폰도 가져왔고 지갑도 아니라는데 말이다.
씻고 들어온 남편은 또 그 말을 되풀이 한다.
급기야는 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간다.
"말을 할려면 끝까지 확실하게 하든지 아니면 아예 말을꺼내지 말든지 하지 궁금하게 왜 그래요?''
그러자 남편 왈, 차를 집앞에 세워놓고 만날 장소로 가기 위해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거기에서 '방아깨비'라는 놈을 보았단다.
큰아이한테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작은 돌멩이로 사알짝 눌러놓고 돌아오는 길에 가보니 없어졌다는 것이다.
한 20분은 찾았다고 한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새벽 두시경에 어슴푸레한 공원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키 큰 남자를 한 번 상상해 보시라.웃음이 안나오는가.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은
"우리 은비가 보면 참 좋아할텐데..."
그러면서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신혼때의 일이다.
그 날도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 날이다.
지금이야 늦게 들어오는 일에 신경곤두 세우고 기다리고있는 일이 드물지만 그 때만 해도 왜 그리 그런일에 쌍심지를 돋우고 있었는지...
몹시 화가 난 나는 들어오는 기척에 얼른 누워 자는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내 볼을 살살 간지럽혔다.
남편이 라일락 꽃가지로 내 볼을 문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지만 홱 뿌리쳤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남편은 그런 낭만으로 가끔 나의 삶에,향기를 뿌려주곤 하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다.